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가 신용협동조합을 사금고처럼 활용하며 부당대출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29일 유 전 회장 측 계열사와 거래가 많았던 4, 5개 신협을 수사 대상으로 압축하고 금융·기업 관련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 3명을 수사팀에 합류시켜 신협 의혹 수사에 투입하기로 했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은 지난 주말 경기 수원시 기복신협이 보유한 고객 계좌 목록을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 제출받았다. 여기엔 5000만 원을 대출받은 유 전 회장의 측근 계좌를 비롯해 유 전 회장 측과 관련한 입출금 기록이 들어 있다. 검찰은 28, 29일 서울 강남구의 세모신협, 용산구의 한평신협, 인천의 인평신협(송도본점으로 통합) 등에서도 유 전 회장 측 거래 자료를 입수했다.
검찰은 유 전 회장 측 계열사와 각 신협들의 복잡한 대출 내용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적정한 심사를 거쳐 돈을 빌려줬는지 확인하고 있다. ㈜세모의 우리사주조합으로 출발한 세모신협은 장단기 차입금을 수시로 대여해주는 등 거래가 가장 많았다. 세모신협은 유 전 회장 측 계열사의 지주회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에 2011년 2억7000만 원을, 2013년 5000만 원을 빌려줬다. 또 세모(2012년 8억5000만 원, 2013년 7억8500만 원) 문진미디어(2011년 3억 원) 다판다(2010년 5억 원) 등과 꾸준히 거래했다. 유 전 회장의 자녀들이 대주주인 에그앤씨드의 경우 인평신협과 기복신협, 남강신협에서 대출을 받지 않았는데도 담보를 제공하는 이상한 거래를 했다. 검찰은 다른 계열사의 대출에 담보를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신협들은 구원파 신도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이 신협들의 대출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는 이사진이 상당수 유 전 회장의 측근들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세모신협 이사장은 세모의 이사 및 그 계열사인 소쿠리상사의 감사인 김모 이사장이며 유 전 회장의 최측근인 송국빈 다판다 대표, 고창환 세모 대표 등이 이사장을 지냈다. 한평신협도 박기청 전 청해진해운 이사가 현재 이사를 맡고 있고 박충서 전 기독교복음침례회 총회장, 유 전 회장의 처남인 권오균 트라이곤코리아 대표 등이 각각 이사장과 부이사장을 지냈다.
금융감독원도 유 전 회장 일가 소유 기업들에 대출해준 신협 7, 8곳을 대상으로 28일 특별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이 신협들이 규정을 어기고 부실대출을 했는지와 대출 자금을 어디에 썼는지 집중 조사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신협이 지역이나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소규모 조합원으로 이뤄진 데다 경영관리가 미흡한 곳이 적지 않아 부실대출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금감원은 이르면 6월부터 신협을 비롯한 금융권의 부실대출이나 부당 영업행위에 대한 제재 관련 규정도 강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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