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아픔을 함께]
29일 정부합동분향소로 위패 옮겨… 안산 택시들 새벽에 나와 ‘에스코트’
3일째 그치지 않고 내리는 빗소리만 적막을 깼다. 어떤 말도 하기 힘들 정도로 엄숙한 침묵이 감돌았다. 29일 오전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의 영정이 경기 안산시 고잔동 임시합동분향소에서 안산 화랑유원지 정부합동분향소로 옮겨졌다. 사고발생 13일 만이다.
오전 5시경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유족들이 하나둘씩 임시분향소에 도착했다. 아직 깜깜한 새벽, 임시분향소 주변에 줄지어 늘어선 40여 대의 택시는 비상등을 깜박이며 유족들의 길을 비췄다. 택시에 두른 ‘근조(謹弔)’라고 적힌 글귀가 노랗게 반짝였다.
임시분향소 제단 위에는 희생자 영정사진과 위패가 빼곡했다. 유족들은 합동대책본부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아 영정 앞에 선 뒤 차례를 기다렸다. 고 김민규 군(17)을 시작으로 희생자들의 영정이 차례로 임시분향소를 나섰다. 유족들은 흰 장갑을 끼고 위패를 가슴에 꼭 끌어안은 채 행여 빗방울이 튈까 연신 닦았다. 이날 임시분향소에서 2km 떨어진 정부합동분향소까지 이전 작업을 도운 경기도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안산시 운전기사들은 목례로 예를 표한 뒤 운전대를 잡았다.
이날 정부합동분향소에는 162명(학생 155명, 교사 4명, 일반희생자 3명)의 영정과 위패가 안치됐다. 구조 직전까지 단원고 학생들의 대피를 돕다 헬기로 구조됐지만 홀로 살았다는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던 고 강민규 단원고 교감이 제단 가장 왼쪽에 자리했다. 그 옆으로 일반 희생자와 학생들이 차례로 놓여졌다.
새로 설치된 정부합동분향소는 오전 10시부터 조문객을 맞았다. 임시분향소를 찾았던 18만여 명이 희생자를 위해 정성스레 적었던 쪽지들도 함께 옮겨졌다. 정부합동분향소는 기존 임시분향소보다 크기가 6배 커졌다. 넓어진 공간만큼이나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려는 조문객의 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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