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 실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계열사에서 빼돌려진 자금 중 상당액이 유 전 회장의 차남 혁기 씨(42·문진미디어 대표)에게 흘러들어 간 것을 포착했다.
200억 원이 넘는 허위 컨설팅 비용 중 절반가량을 차남이 가져간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유 전 회장의 사진 판매 금액이나 상표권 사용 수수료 등을 합치면 혁기 씨에게 돌아간 몫이 가장 크고, 유 전 회장은 자녀들보다 적게 가져간 것으로 전해졌다.
○ 차남에게 더 많은 돈 몰아줘
검찰은 국내에 있는 장남 대균 씨(44)에 대한 소환 조사를 미루고 미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차남 혁기 씨에게 최근 재차 소환을 통보했다. 검찰이 혁기 씨를 핵심 피의자로 꼽고 있는 것은 ‘범죄 수익’을 가장 많이 가져가 책임도 가장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검찰은 혁기 씨가 지난달 29일 1차 소환에 불응하자 2일까지 출석하라고 통보하면서 “불응할 경우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강제 송환 절차에 착수할 뜻도 내비친 것이다. 반면 유 전 회장 측은 “차남은 이번 주 변호인이 선임되면 (국내에) 들어올 것”이라며 2차 소환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둘러 혁기 씨의 신병을 확보하려는 검찰과 최대한 시간을 벌어보려는 유 전 회장 측의 신경전은 그만큼 혁기 씨가 사건의 핵심 인물이란 얘기다.
특히 검찰은 혁기 씨가 30여 개의 계열사 돈을 빼내 유 전 회장 일가로 보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유 전 회장이 지시하면 혁기 씨를 포함한 회사 고위 관계자, 즉 ‘부회장 그룹’이 계획을 짠 뒤 실무진에게 실행하게 했다는 것. 수십 개 계열사의 돈이 유 전 회장과 장차남 명의로 된 페이퍼컴퍼니 ‘붉은머리오목눈이’ ‘SLPLUS’ ‘키솔루션’, 지주회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 등을 거쳐 유 전 회장 일가로 들어간 과정은 정밀한 설계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혁기 씨가 그 해답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유 전 회장은 경영과 신앙의 계승자로 차남을 점찍은 뒤 교회와 회삿돈으로 상속과 후계 구도를 설계하는 등 부도덕한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혁기 씨가 계속 입국하지 않을 때에는 일단 유 전 회장을 먼저 조사한 뒤 유 전 회장을 포함한 일가들을 줄줄이 구속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의 사위들도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있으며 소환이 통보된 두 사위 중 한 명은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엔 경기 안양시의 ‘온나라’와 인천의 ‘새무리’ 사무실과 계열사 대표 자택 등 10여 곳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 명백한 증거 들이대도 부인
검찰의 소환 통보에도 귀국하지 않는 사람은 혁기 씨뿐만이 아니다. 수사 착수 전에 해외로 나간 유 전 회장의 최측근 김혜경 한국제약 대표(52)와 김필배 전 문진미디어 대표(76)도 깜깜무소식이다.
지금까지 조사를 받은 계열사 대표들은 검사가 명백한 증거를 내밀어도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새벽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온 이강세 전 ㈜아해 대표는 유 전 회장의 사진을 고가에 사들였다는 의혹에 대해 기자들이 묻자 “사진 8장을 1억 원에 산 걸로 알고 있다”면서도 “그만한 값어치가 있다고 해서 구매한 것”이라고 말했다. 허위 컨설팅 비용 지출 혐의에 대해선 “내가 취임하기 전부터 지급돼 당연히 지급하는 걸로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유 전 회장의 지시 여부를 묻자 “그런 것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결속력과 충성도가 강한 종교단체의 특수성 때문에 진술을 받아내기 어렵고, 받아낸 진술이 유지될지도 장담할 수 없어 수사에 여러 난관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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