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구땅 헐값매각 죄목으로 張 처형한 北, 中 사용권 왜 부인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일 03시 00분


[심상찮은 북한 경제]
中기업과 임대계약 파기 모험?

홍콩 펑황위성TV가 지난달 방영한 다큐멘터리에 북한 나진항 부두 책임자 김춘일 과장이 등장해 “나진항에 중국 전용부두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 출처 펑황위성TV
홍콩 펑황위성TV가 지난달 방영한 다큐멘터리에 북한 나진항 부두 책임자 김춘일 과장이 등장해 “나진항에 중국 전용부두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 출처 펑황위성TV
중국 기업이 장기 사용권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나진선봉(나선) 경제특구의 부두 시설에 대해 북한 당국이 “중국에 (사용권을) 빌려준 적이 없다”며 정면 부인하고 나섰다. 나선 특구는 북한이 지난해 12월 장성택 처형 직후 발표한 판결문에서 “장성택이 나선 경제무역지대의 토지를 50년 기한으로 외국에 팔아먹는 매국행위를 했다”고 밝힌 곳이다. 나선은 또한 중국이 동해 출항권을 확보하기 위해 북한과 공동 개발, 관리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홍콩 펑황(鳳凰)위성TV는 지난달 방영한 ‘철막이 점점 열린다-북한 나선특별시 비밀 탐색(鐵幕漸開-朝鮮羅先特別市探秘)’ 다큐멘터리에서 나진항 부두 책임자의 말을 인용해 “나진항에 중국 전용 부두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나진항 대외사업과 김춘일 과장은 ‘중국이 1, 2호 부두 사용권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냐’는 질문에 “그런 (계약)문서를 접수한 적이 없다. 부두를 중국에 빌려줘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나진항 부두시설의) 유일한 대외 합작 항목은 러시아에 3호 부두를 49년간 빌려준 것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동안 중국 언론들은 랴오닝(遼寧) 성 다롄(大連)의 촹리(創力)그룹이 2008년 나진항 1호 부두의 10년 사용권을 확보했다고 보도해 왔으며 임차 기간이 50년에 이른다는 말도 있었다. 1호 부두 옆에는 지금도 촹리그룹이 지은 석탄창고가 그대로 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실무책임자의 입을 빌려 이를 부인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장성택의 죄목 중 하나가 ‘나선 토지 헐값 매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이 장성택 사후 사용권을 빼앗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장성택 처형 직후인 지난해 12월 19일 기사에서 “만일 북한이 나진항 임차 협의나 기타 양국 간 큰 (경협) 항목에서 계약 파기의 조짐이 보이면 중국은 결연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관영 매체가 북한 내 중국 이권 보호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북한이 “장성택이 잘못한 것을 바로잡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나진항 임대 계약 등을 파기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에 중국의 지원이 절실한 북한이 계약 파기라는 모험을 벌이는 게 가능하냐는 반론도 적지 않다. 촹리그룹이 처음부터 정식 사용권을 갖고 있지 않았을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근거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베이징(北京)의 한 대북 소식통은 “촹리그룹이 부두를 사용한 것은 맞는데 물동량이 거의 없어 영업이 흐지부지됐다”고 전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북한 경제#중국#나선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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