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람이 짐짝보다 못했던 세월호와 대한민국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3일 03시 00분


세월호가 복원력을 잃고 승객들이 위급한 상황에 빠져 있을 때 소속 회사인 청해진해운 직원들이 한 일은 화물적재량 전산기록 조작이었다. 청해진해운 물류팀장 김모 씨 등 2명은 사고 당일인 16일 세월호로부터 현장 상황을 보고받고 “아무래도 과적(過積)이 사고 원인인 것 같다” “상황이 심각하게 흘러가니 과적량을 다운시키는 게 낫지 않겠느냐”며 전산기록을 조작해 화물량 180여 t을 축소했다고 합동수사본부가 밝혔다. 배가 60도가량 기운 절체절명의 순간이었으나 직업윤리도, 인간의 도리도 안중에 없었다.

세월호의 침몰은 무리한 증축과 과적, 고박(고정해 묶는 것) 부실로 복원력을 상실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복원력을 유지하려면 세월호는 화물을 987t만 실어야 하는데도 자동차 180대와 컨테이너 등 3배 이상으로 많은 3608t을 실었다. 출항 전날 1등 항해사가 “화물을 너무 많이 실어 배가 가라앉는다”고 항의할 정도였다. 화물이 사람보다 우선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화물 결박 시스템에 구조적 문제점이 있었던 사실도 확인됐다. 컨테이너를 고정하는 콘(cone)은 규격이 맞지 않거나 컨테이너와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다.

국제해사기구(IMO)는 1997년부터 세월호처럼 승객과 차량을 함께 싣는 ‘로로선(roll on-roll off ship)’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단계적으로 없애도록 협약까지 맺었다. 승객이 차량을 직접 운전해 배에 싣고 내리는 선박의 구조상 바닷물 유입으로 침몰할 위험이 높다. 하지만 로로선 안전교육과 점검을 대폭 강화한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 정부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앞으로 과연 실효성 있는 대안을 내놓을지 국민은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
#세월호#청해진해운#화물적재량#승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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