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를 수습하고 있는 범정부 사고대책본부가 2일 전남 진도군청 브리핑에서 “실종자 수색을 위해 기술자문 용역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그동안 실종자 가족들로부터 “수색 작업이 왜 이리 더디게 진행되느냐”는 원성을 들어왔다. 민간잠수부 투입과 다이빙벨 사용을 둘러싼 논란도 조기에 수습하지 못해 아까운 시간을 허비했다.
대책본부는 “신속한 수색과 구조를 실종자 가족들이 원했기 때문에 글로벌 업체에 기술자문을 받을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돼 용역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해당 업체는 1842년에 설립된 네덜란드의 ‘SMIT Singapore Pte Ltd’사로 해양 및 선박사고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라는 게 대책본부의 설명이다.
선진국과 선진업체에 좋은 기술이 있다면 조언을 구할 수 있다. 초고층 건물을 지을 계획이라면 건축 분야의 선진국에서, 도시정비를 할 계획이라면 계획도시가 발달한 나라에 자문하고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다. 단, 자문이란 주로 어떤 일을 앞두고 미리 장기 계획을 세울 때 하는 법이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야 할 때는 자문하기에 적합한 시기가 아니다. 소방대원이 불타고 있는 건물의 불을 끌 때 전문가에게 자문하고 끄진 않는다.
2일로 세월호가 침몰한 지 17일째가 됐다. 수색 작업은 더디고 수온은 오르고 있다. 시신은 사고 지점에서 몇k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팽목항과 진도실내체육관의 실종자 가족들은 초 단위로 가슴이 타들어간다. 정부가 의뢰했다는 용역 결과는 2주 뒤에나 나온다. 네덜란드 업체가 실종자 수습 방안과 구난 방안을 일러주면 그때 가서야 수색 작업에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올바른 정부라면 재난사고가 터지기 전 예방 차원에서 미리 기술자문을 해야 했다. 이날 정부 발표를 지켜본 취재진 사이에서 “지금 한가하게 자문이나 할 때인가”라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부실한 외양간이 부서져 당장 눈앞에서 소들이 여기저기 달아나고 있다면 뛰어가서 소를 잡아야 한다. 이웃마을 어르신에게 가서 “소를 잡고 외양간을 튼튼히 할 좋은 방법이 있습니까?” 물어보고 올 여유가 없다. 그 질문은 외양간이 부서지기 전에 미리 했어야 옳다.
정부의 부실한 대응 태도는 16일 세월호 침몰 당일부터 매일 도마에 올랐다. 수색 과정에서도 실종자 가족들이 먼저 “야간에는 오징어잡이 배의 등불을 이용하자” 등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냈다. 정부는 뒤늦게 이를 받아들였고, 이런 과정이 되풀이됐다. 진도실내체육관에는 “대책본부를 실종자 가족이 지휘한다”는 씁쓸한 농담까지 나돌았다. 사고 17일째. 진도 앞바다와 팽목항에서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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