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퇴임하면 폭스뉴스는 날 그리워하게 될 것입니다. 힐러리 클린턴이 케냐에서 태어났다고 국민들에게 이해시키는 건 더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3일 워싱턴 힐턴호텔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에서 자신이 케냐에서 출생했다는 의혹을 집중 제기해 온 폭스뉴스를 비꼬며 이렇게 농담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농담 형식을 빌려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백악관 입성’을 암시함으로써 ‘힐러리 대망론’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만찬에서 최근 지지율이 바닥까지 떨어진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중간선거에 출마하는 민주당 후보들이 나를 지원 유세에 초청하지 않는 것은 이해한다. 그렇지만 내 딸마저 학교 진로의 날 행사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초청한 것은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접속이 자주 차단돼 골칫거리였던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안) 웹사이트를 거론하며 “(꽁꽁 얼어붙은 웹사이트가) 작년 최고 흥행 영화 ‘겨울왕국(Frozen)’의 영감이 된 것이 그나마 위안”이라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무대의 대형 스크린 작동이 잘 안 되자 고쳐줄 사람을 찾았고 캐슬린 시벨리어스 전 보건장관이 깜짝 등장해 “나는 이런 일 매일 겪었어”라고 말해 청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시벨리어스 전 장관은 오바마케어 부실 책임을 지고 지난달 사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과 대립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한 농담도 했다. 푸틴이 지난해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오른 것을 거론하며 “솔직히 요새는 그것을 아무에게나 주니까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깎아내렸다. 취임 첫해인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깜짝 수상할 당시 논란거리가 됐던 것도 아울러 지적한 농담이었다.
백악관 기자단 만찬은 1920년부터 매년 열리는 워싱턴 언론계의 최대 사교행사로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자신을 비꼬는 재치 있는 농담을 하는 전통이 있다. 올해는 백악관 기자단이 생긴 지 10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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