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40명 어디에… 수색 못한 격실 3곳 - 화장실 주목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6일 03시 00분


[세월호 참사/수색 장기화]
내일부터 소조기… 수색 가속도, 시신유실 우려에 그물벽 전진배치
다이빙벨 치켜세웠던 이상호기자… 가족 항의받고 취재현장서 쫓겨나

세월호가 전남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지 20일째인 5일 민관군 합동구조팀의 1단계 선체수색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하지만 아직도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가 40명. 이들 상당수가 수색이 완료되지 않은 화장실이나 로비 등 공용 공간과 해저와 맞닿아 있는 좌현 격실 쪽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 남은 실종자는 어디에


범정부사고대책본부에 따르면 세월호 격실은 현재 침대 매트리스, 의자, 집기, 가구 등이 전복 당시 좌현 쪽으로 쏠려 겹겹이 쌓여 있는 상태다. 구조팀은 세월호가 좌현으로 전복되면서 침몰한 만큼 좌현 쪽에 실종자들이 집기와 함께 몰려 있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대책본부는 “한 번 수색한 격실에서도 두 번째, 세 번째 수색에서 시신이 뒤늦게 발견될 수도 있다”고 5일 밝혔다

이달 중순까지 총 3단계로 진행될 수색작업 중 1단계는 5일 마무리되는 동시에 2단계가 함께 진행된다. 세월호 내 111개 격실에서 실종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격실 64곳 중 61곳의 문 개방과 1차 수색을 끝냈다. 아직 문이 열리지 않은 3곳도 3층 로비에서 노래방 쪽 통로를 통해 입구까지 접근했다고 밝혀 곧 문을 개방할 것으로 보인다. 5일 잠수사들은 이곳 격실로 접근하는 도중 복도에서 발견한 1구를 포함해 이날까지 시신 14구를 추가로 발견했다. 물살이 가장 느려 수색작업이 쉬운 ‘소조기’(7∼10일)가 다가오고 있어 2차 수색에서 남은 실종자를 찾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시신 유실 우려, 잠수사 피로도 누적


사고 지점에서 2∼4km 떨어진 지점에서 시신이 발견되고 30km 떨어진 지점에서 유실물이 발견돼 시신 유실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유실 규모와 행방은 추측하기 어려운 상태다. 5일 침몰 지점에서 15km 떨어진 외병도에 쳐 놓은 닻자망에서는 침대 매트리스 3점 등 유실물이 발견됐다. 진도와 해남 해안에서도 신발 4점이 발견됐다. 대책본부는 추가 유실을 막기 위해 4일 침몰 지점에서 가까운 주변에 중형저인망 어선 4척을 투입했다. 침몰 지점으로부터 5km 안쪽에는 중형저인망과 안강망, 5∼15km에는 닻자망, 쌍끌이저인망, 안강망을 배치해 5중 벽을 쌓았다.

수색작업 장기화로 잠수사들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는 점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지금까지 총 10명의 잠수사가 잠수병, 부상 등으로 치료를 받았다. 대책본부는 5일 민간 잠수사 13명을 추가로 투입했지만 세월호 선내가 워낙 복잡한 만큼 안에 들어갔던 잠수사가 가급적이면 계속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대책본부는 “예비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해군 등으로부터 인력을 제공받아 풀을 구성 중”이라고 밝혔다.

○ 남은 실종자 가족들 초조감 커져

실종자 가족들이 머무는 진도 실내체육관과 팽목항은 시신을 확인한 사망자 가족들이 많이 떠나 쓸쓸한 분위기로 바뀌어가고 있다. 5일 체육관에 남은 가족은 50명 남짓. 연휴 기간인 3∼5일 34구의 시신이 수습돼 가족들이 썰물처럼 체육관을 빠져나갔다. 일부 가족은 조급한 마음에 시신이 들어오는 팽목항에서 먹고 자며 수색작업 소식을 기다리기도 했다. 체육관에 머무는 가족들도 눈 뜨면 셔틀버스를 타고 팽목항으로 갔다가 밤이 된 뒤 돌아왔다. 진도군 관계자는 “체육관과 팽목항에 총 200∼230명이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1단계 수색작업이 마무리돼 가자 남은 가족들의 초조함은 더해갔다. 혹시나 객실 수색이 끝나도 시신을 찾지 못할까 불안해했다. 오전에 아들의 시신을 찾았다는 한 부모는 다른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실종된 단원고 학생의 아버지(47)는 “20일을 함께 지냈는데 찾은 사람도, 찾지 못한 사람도 마음 아프기는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한편 ‘다이빙벨’ 투입 논란을 키운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가 5일 진도의 한 취재현장에서 쫓겨나는 일이 벌어졌다. 이 기자는 이날 오후 8시 5분경 해양경찰청 브리핑이 이뤄진 팽목항 가족대책본부 천막 앞에서 다른 기자들과 함께 있다가 실종자 가족으로 추정되는 2명의 남성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한 남성은 “할 말 있어요? 할 말 있어요? 우리가 아무리 무식하지만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여기 다시는 나타나지 마라”고 말했다. 이에 이 기자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하고 현장을 떠났다. 이 기자는 그동안 “정부가 20시간 연속 잠수할 수 있는 다이빙 벨 투입을 막는다”며 다이빙벨이 만능인 것처럼 주장했다. 하지만 다이빙벨 투입은 성과 없이 실패로 끝나 실종자 가족들의 비난을 샀다.

진도=이은택 nabi@donga.com·주애진·권오혁 기자
#소조기#세월호#단원고#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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