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모은 안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7일 03시 00분


[세월호 참사/눈물의 팽목항]
단원고 이웃 상인들 ‘빈자리’ 추억하며 눈물 글썽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하기 사흘 전에 ‘수학여행 간다’며 들뜬 표정으로 머리하러 왔었어요. 살아 돌아오길 바랐는데. 합동분향소에서 영정사진으로 다시 만나니 가슴이 미어지네요….”(이혜정 씨·40·경기 안산 단원구 와동에서 미용실 운영)

지난 연휴 동안 전국 곳곳은 나들이객으로 붐볐지만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살았던 단원구 고잔동과 와동은 쓸쓸하기만 했다. 학생들이 바쁘게 드나들었던 학교 앞 문구점과 분식집은 텅 비어 있었고 동네 미용실과 세탁소 등에는 고인의 명복을 비는 추모 문구가 나붙었다. 날마다 아이들을 마주했던 상인들 역시 희생된 학생들을 추모하며 가슴 아파하고 있었다.

2일 단원고 앞 M문구점. 가게 유리창에 학생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내용의 포스트잇들이 빼곡히 붙어 있었지만 문구점 주인은 메모지 한 장 한 장을 조심스럽게 떼어냈다. “남은 학생들이 보면 더 슬퍼할까 봐 수거하기로 했다. 이를 모두 모아 단원고에 기증할 생각이다.”

또 다른 문구점 주인 이경원 씨(55)는 “중학생 때부터 봐왔던 아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키가 쑥쑥 크는 걸 보고 내 자식이 크는 것처럼 뿌듯했는데…. 다음 생엔 안전하고 평화로운 곳에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남다른 사연이 있는 주민들도 있다. 안산과 시흥을 오가는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 안모 씨(54)는 “등하굣길에 단원고 학생들이 버스 안에서 시끄럽게 떠들면 ‘조용히 하라’고 혼을 많이 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친구들과 실컷 웃고 떠들 게 놔둘걸 그랬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와동에서 22년째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황홍서 씨(64)는 “17일에 이사하기로 한 집이 새집처럼 수리가 다 돼서 좋아하던 한 가정이 있었다. 그런데 그 집 남학생이 전날 상상도 못한 사고를 당하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단원고 앞의 한 분식집 주인은 고 최혜정 선생님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매일 늦게까지 야근하다 막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뛰어가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열정이 넘치고 아이들도 잘 따르는 선생님이었다.” 그는 “최 선생은 대학도 수석 졸업했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저세상으로 갔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꿈을 펴 보지도 못한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사고는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산=최고야 best@donga.com·홍정수 기자
#세월호 참사#안산#단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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