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교육에 年54만원 쓰며… 사진대금 300억은 해외유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8일 03시 00분


[세월호 참사/유병언 일가 수사]
핵심계열사 5곳 유상증자 참여… 35억 수혈, 사진구입에 190억 사용
해마토 합병과정서도 126억 증발… 檢, 배임혐의 변기춘-고창환 영장청구

세월호의 선사 청해진해운의 최대주주인 ㈜천해지가 지난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의 사진 매입 명목으로 300여억 원을 쓴 뒤 이 돈이 고스란히 해외로 유출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지난해 청해진해운이 선원의 안전 교육비로 고작 54만 원을 쓰는 동안 그의 6만 배 가까운 돈이 엉뚱한 데로 새나간 것이다.

○ 헤마토 인수 때도 126억 원 유출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은 지난해 천해지가 유상증자를 하면서 온지구와 다판다, 문진미디어, 세모 등 4개 계열사로부터 받은 130억 원 대부분이 유 전 회장의 사진을 사들이는 선급금(190억 원)에 투입된 뒤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5개 계열사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천해지는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유상증자로 총 135억9000만 원을 모았다. 유상증자를 포함한 주식매입에 다판다는 68억 원, 문진미디어 28억 원, 온지구 25억 원, 세모 20억 원을 쏟아 부었다. 이들 계열사는 대부분 유 전 회장의 두 아들이나 핵심 측근이 최대주주 또는 대표로 있는 회사다. 천해지의 대주주인 아이원아이홀딩스는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았다. 한 현직 회계사는 “아이원아이홀딩스가 돈이 없었거나, 계열사 돈을 끌어들이는 게 유상증자의 실질적인 목적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또 천해지가 헤마토센트릭라이프연구소 문화사업부문을 분할·합병하면서 이득을 봤다는 126억 원도 함께 ‘증발’했다. 126억 원은 헤마토가 소유한 유 전 회장 사진들을 합병 후 천해지의 상품자산으로 회계상 등재한 부분이다. 합병비율도 천해지 지분이 2라면 헤마토 지분이 1로, 유 전 회장 사진판매 사업 외에는 실적을 내지 못한 회사인 헤마토가 지난해 자산총계 1783억 원인 천해지 가치의 절반 이상이 된다고 계산했다. 헤마토 지분을 지나치게 고평가해 ‘증여’ 효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수상한 거래’의 단서를 포착한 검찰과 금융당국은 광범위한 자금 추적을 통해 천해지의 사진 매입과 관련된 선급금 190억 원과 합병 상품자산 126억 원 등 총 300억여 원이 아해프레스(미국)와 아해프레스프랑스로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했다. 아해프레스의 대표는 유 전 회장의 차남 혁기 씨(42)로 검찰은 유 전 회장과 혁기 씨가 이 과정을 주도한 증거도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청해진해운의 모회사인 천해지가 선박 안전을 뒷전에 두고 불법·탈법 경영을 일삼은 것이 세월호 참사의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검찰 수사는 이 부분에 집중돼 진행되고 있다.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다판다의 송국빈 대표(62)는 먼저 구속됐고 나머지 계열사 대표들도 줄줄이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있다. 검찰은 7일 변기춘 천해지 대표(42)와 고창환 세모 대표(67)에 대해 유상증자에 참여해 사진 대금 명목으로 돈을 해외로 유출하고, 허위 컨설팅 비용을 빼돌려 유 전 회장 일가에게 몰아준 혐의(배임)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북도 부지사를 지낸 채규정 온지구 대표(68)도 곧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 빼돌린 돈으로 호화 사진전 열었나

해외로 건너간 자금은 유 전 회장 일가가 쓴 것으로 보인다. 유 전 회장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사진전을 열고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데 돈을 퍼부었다. 사진계에서 ‘아해’로 불리는 유 전 회장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과 체코 국립박물관 등에서 거액의 비용을 들여 사진전을 열었다. 베르사유 궁전에서도 호화 전시회를 열었다. 전시회 비용으로 베르사유 궁전에 20억 원, 루브르박물관엔 16억 원의 거액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도로 유 전 회장 일가 자녀들은 미국 등에 고급 저택과 아파트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인천=장관석 jks@donga.com /배준우 기자
#세월호#세모그룹#유병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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