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핵실험 실시’ 위협을 계속하고 있는 북한이 핵탄두의 소형화 경량화를 달성했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미 안보당국이 ‘북핵 딜레마’에 빠졌다. 북한의 핵 소형화 경량화가 확인될 경우 ‘한미 양국의 대북 핵 억지 정책이 사실상 실패했고 이에 따라 ‘전술핵의 한국 내 재반입이 필요하다’는 핵무장론의 목소리가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 능력을 무시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 북한의 핵 소형화를 둘러싼 한미의 딜레마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은 지난달 말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를 개발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기관은 지난해 4월에도 동일한 내용의 보고서를 미 의회에 제출한 적이 있다. 당시 ‘신뢰도 낮음’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이후 북한이 핵 소형화 능력을 갖췄을 것이라는 분석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청(MDA)은 북한의 ICBM 공격에 대비한 장거리 식별레이더(LRDR) 등 미사일방어(MD) 체계의 내년도 예산으로 13억 달러를 요청했다. 그러나 한미 당국은 공식적으로는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줄곧 북한의 핵 소형화 기술에 대해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에 대비하면서도 대외적으로는 북한의 핵 소형화 능력을 부인하는 복잡한 움직임이 읽힌다.
만약 북한이 소형화 경량화를 달성했다고 하면 핵무기 보유를 실질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되고 이는 곧 한국의 북핵 정책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북 정책 및 핵 비확산 정책의 실패를 의미한다. 일부 전문가는 “1990년대 제네바 합의부터 시작된 20여 년 북핵 정책의 종말을 뜻하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버락 오바마 정부가 이란과의 핵협상처럼 서로 주고받는 협상의 모양새도 없이 북한의 핵무기를 인정해 버리면 결국 북한에 힘만 실어주는 꼴이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로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 이후 힘이 실려야 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등 그동안의 대북 정책이 오히려 거센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 한반도 핵무장론과 동북아 핵 도미노 우려도
통상 핵탄두를 무게 1t, 지름 90cm 이내로 만들었을 때 소형화를 이뤘다고 본다. 핵 개발 후 1980년대에 소형화 개발을 시작한 국가들은 3∼5년 안에 성공했다. 1986년 첫 핵실험을 한 것으로 알려진 파키스탄은 8차례 이상의 핵실험을 거쳐 핵 소형화를 이뤄냈을 뿐 아니라 수소폭탄도 개발했다.
신성택 GK전략연구원 핵전략연구센터 소장은 “핵탄두에서 핵물질이 차지하는 무게는 10kg 정도밖에 되지 않고 관건은 나머지 고성능 폭약을 얼마나 적게 쓰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금지하고 있는 30여 개 고성능 폭약 중 20여 종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 소장은 “미국이 심각한 위협을 느낄 수 있는 기준인 1Mt(메가톤·1Mt은 1000kt) 수준(미 본토의 25%를 날려버릴 수 있는 위력)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핵탄두 소형화를 북한이 이뤘을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가 인정받게 되면 ‘전술핵 재반입’ 등 한반도 핵무장론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 일본 등 주변국의 핵무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핵 긴장 및 핵 도미노 위험이 유례없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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