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가개조’를 선언하면서 정부는 후속 대책 마련에 본격 착수했다. 하지만 관료사회 개혁의 세부 방안을 안전행정부가 주도해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과연 혁신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 있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개혁 대상이 개혁안을 만드는 이른바 ‘셀프 개혁’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7일 “박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관료사회 개혁의 방향을 제시한 만큼 세부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을지 안행부 인사실이 중심이 돼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안행부가 1차적으로 개혁 방안을 마련하면 이를 토대로 청와대에서 세부적인 논의를 진행한다는 취지다.
당시 박 대통령은 관료사회의 적폐(積弊·오랫동안 쌓인 폐단)를 뿌리 뽑겠다며 “공무원 임용방식과 보직관리, 평가, 보상 등 인사시스템 전반에 대해 개혁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맞춰 안행부는 각각의 개혁 방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안행부 관계자는 “외부 전문가들이 정부로 들어와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를 개선하고, 온정주의적 평가 관행도 바꾸려 한다”며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과 좋은 평가를 받는 직원이 따로 있는 구조도 개선하기 위해 평가기준도 명확히 세울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행부가 관료 개혁 방안을 마련하는 데 대해 청와대 안에서도 거부감이 적지 않다. 세월호 참사 초기 수습 과정에서 정부 불신을 자초한 안행부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먼저 논의해야 하는 상황에서 개혁의 칼자루를 안행부가 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관료사회의 ‘갑(甲)’인 안행부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인사시스템을 만들겠느냐”며 “정부가 신뢰를 회복하려면 공무원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개혁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수 연세대 교수(행정학)도 “박근혜 정부는 역대 정부와 비교해 외부의 개혁 수요와 열망을 반영하는 역량이 가장 낮다”며 “정부 내 독립기구에서 개혁 열망을 수용해 행정 개혁을 이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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