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할 사람 줄어 더 고통스러워… 나만 끝까지 남을까봐 두렵기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9일 03시 00분


[세월호 참사/끝나지 않는 슬픔]
진도체육관 남은 이들 20여명 불과

엄마는 오늘도… 8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이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이날은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로 잠수사들이 수색 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진도=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엄마는 오늘도… 8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이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이날은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로 잠수사들이 수색 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진도=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세월호 침몰 23일째인 8일 전남 진도군 실내체육관은 눈에 띄게 썰렁한 모습이었다. 실종자 수가 30여 명으로 줄면서 이날 오후 체육관을 지킨 가족은 20여 명에 불과했다. 자원봉사자들이 이불을 걷어 먼지를 털어내는 대청소를 하는 모습이 을씨년스러울 정도였다.

실종된 단원고 여학생의 아버지는 “빈자리가 늘었지만 아내가 ‘깔려 있는 이불이 없어지고 맨바닥이 드러나면 너무 외로울 것 같다’고 해서 주변 이부자리를 치우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몸이 아파 누워있던 한 여학생의 어머니는 “소조기인 만큼 오늘은 꼭 나와야 한다. 나올 거다. 썩어문드러져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내 자식이니까”라며 말끝을 흐렸다.

전날 소조기가 시작됐지만 8일 오전 기상 악화로 수색작업은 계속 난항을 겪었다. 체육관 게시판에는 전날 수습된 269번째 희생자 이후로 새로운 시신 수습을 알리는 종이가 붙지 않았다.

남은 이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버티고 있다. 한 남성은 “승무원 가족이라 지금까지 슬퍼도 내색 못하고 입을 닫고 있었는데 몇 가족이 남지 않고서야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며 “이제 서로 의지할 사람이 필요하다. 너무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수색이 막바지에 접어들어 시신을 찾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이들을 힘들게 했다. 한 일반인 실종자의 가족은 “실종자가 ‘0’이 될 수 없다는 건 아마 모두 알고 있지 않을까. 알지만 내 가족이 실종자로 남지 않길 바라는 거지”라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를 줄일지에 대한 논의도 나왔다. 진도군청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건 없지만 실종자 가족에 비해 봉사자가 더 많은 상황이라 주말까지 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진도=주애진 기자 jaj@donga.com·박성진 기자
#세월호 참사#실종자 가족#진도체육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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