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락 前총리 직무유기 혐의 기소… 일촉즉발 태국, 도심 수류탄테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9일 03시 00분


泰상원서 잉락 탄핵 통과땐 5년간 모든 정치활동 금지
親-反정부 세력 충돌 초읽기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가 7일 헌법재판소에서 해임이 결정된 데 이어 8일 국가반부패위원회(NACC)에서도 직무유기 혐의가 인정됐다. NACC가 이 같은 조사 내용을 태국 상원에 보고함에 따라 상원은 해임된 총리에 대해 또다시 탄핵에 나섰다. 가결되면 잉락 전 총리는 5년간 정치활동이 금지된다.

NACC는 이날 잉락 전 총리가 쌀 수매에 따른 재정 손실과 부정부패를 알면서도 이를 방치한 혐의가 인정됐다고 밝혔다. 잉락 전 총리가 농가소득을 보전한다며 취임 직후인 2011년부터 올해 초까지 28조 원 이상을 투입해 시장 가격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쌀을 사들였지만 부패를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NACC는 이번 조사 결과를 상원에 보고하고 검찰에 기소 의견을 제출했다. 검찰은 NACC 의견에 따라 잉락 전 총리를 기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의 기소는 쌀 수매정책 주무부처인 상무부 장관을 지낸 니와탐롱 분송파이산 총리 대행에게도 불똥이 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헌재 결정으로 퇴진한 잉락 전 총리가 상원의 탄핵으로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또 형사처벌까지 받게 되면 친정부 세력이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NACC 조사 결과가 충돌의 도화선이 돼 태국 정국이 가파른 대치국면 속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친정부 세력과 반정부 세력의 충돌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2006년 쿠데타로 축출된 탁신 친나왓 전 총리와 그의 여동생인 잉락 전 총리를 지지하는 친정부 성향의 시위대 ‘레드셔츠’는 10일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이들은 헌재 결정을 ‘사법적 쿠데타’라고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맞서 지난해 11월부터 정권 퇴진 시위를 주도해 온 반정부 세력인 ‘옐로셔츠’도 당초 14일 계획했던 ‘최후의 결전’ 시위를 9일로 앞당겼다. 옐로셔츠는 헌재의 총리 해임 결정으로 이미 정치적 승리를 거뒀지만 여세를 몰라 친탁신 성향인 니와탐롱 총리 대행을 비롯한 잔류 인사들을 모조리 몰아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양측의 본격적인 세몰이에 따라 92명이 숨진 2010년 소요 사태가 재연될 수도 있다.

방콕 쭐랄롱꼰대의 티티난 퐁수디락 교수(정치학)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반정부 시위자들이 잉락의 해임에 만족하고 7월 총선에 참여할지 아니면 총리 대행의 사퇴를 요구하며 선거까지 거부할지가 앞으로 태국의 정국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혼란을 틈타 테러도 끊이지 않고 있다. 8일 태국 현지 신문 더 네이션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경 잉락 전 총리의 해임 결정을 내린 수팟 카이먹 헌재 재판관 집에 수류탄이 날아들었다. 당시 수팟 재판관은 집에 없어 다치지 않았지만 간이 차고 지붕과 자동차가 파손됐다. 이날 출근 시간대에는 시내 중심의 은행과 맥도널드에도 수류탄이 투척됐으나 인명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세진 mint4a@donga.com·김기용 기자
#태국#잉락 친나왓#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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