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이 계열사 장악을 위해 활용한 부회장단과 사장단 회의, 즉 ‘높낮이 모임’의 핵심 인물 10명을 확인한 것으로 9일 알려졌다. 검찰이 이른바 ‘유병언 사단’의 실체를 확인함에 따라 유 전 회장이 수많은 계열사의 최고 경영책임자였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세월호 침몰에 대한 책임(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을 물을 예정이다.
○ 세모왕국 ‘부회장단’ ‘사장단’ 명단 확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은 유 전 회장이 부회장단 3명과 사장단 6명 안팎으로 구성된 ‘회의’를 통해 경영을 총괄했다는 관련자 진술과 증거를 확보했다.
검찰은 부회장단 3명이 유 전 회장의 차남 혁기 씨(42·체포영장 발부)와 박승일 아이원아이홀딩스 감사(55·구속), 김동환 다판다 감사(55·구속영장 청구)인 것을 확인했다. 또 사장단은 김한식 청해진해운 대표(72·구속), 변기춘 천해지 대표(42·구속), 고창환 세모 대표(67·구속), 송국빈 다판다 대표(62·구속), 이재영 아해 대표(62·구속), 신재직 전 천해지 공동대표(59·피의자) 등 6명이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부회장단과 사장단이 모두 참석한 회의에서 지시를 내리면 일사불란하게 지시가 이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유 전 회장 중심의 사장단 회의는 1997년 세모그룹 부도로 유 전 회장이 외관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막후 경영’을 위해 짜여진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들 부회장단과 사장단은 핵심 계열사 대표나 감사를 복수로 맡아 계열사 전체를 장악했다. 김 감사는 천해지, 더난터, 많은물소리, 용광로, 하니파워 등 계열사의 감사를 돌아가며 맡았다. 박 감사도 천해지 이사, 트라이곤코리아 이사, 아해 감사, 문진미디어 감사 등 여러 개의 직책을 가졌다. 유 전 회장의 두 아들이 최대주주인 지주회사 아이원아이홀딩스가 2007년 설립된 뒤에는 일반적인 경영 결정은 지주회사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사장단 회의의 골격이 그대로 유지됐고, 최근까지도 주요 의사결정을 이 모임에서 내린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특별수사팀은 부회장단과 사장단을 배임 혐의 등으로 전원 구속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 수백억 원대 조세포탈…해외 재산도피 겨냥
검찰 수사는 9일에도 숨 가쁘게 돌아갔다. 해외에 머물며 검찰 소환을 거부한 차남 혁기 씨 등 4명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천명한 검찰은 이날 장녀 섬나 씨(48·체포영장 발부)가 대표로 있는 모래알디자인 사무실 등 6곳을 압수수색했다. 김한식 대표는 이날 구속영장이 발부돼 수감됐다. 검찰은 또 국세청이 유 전 회장과 혁기 씨 및 계열사 10여 곳을 수백억 원대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8일 고발한 사건에 대해서도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10일 오후 3시 노른자쇼핑과 금수원 대표인 원로 탤런트 전양자 씨(72)를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또 검찰은 유 전 회장도 이르면 다음 주에 소환할 방침이다.
한편 해운비리 특별수사팀(팀장 송인택 1차장)은 한국해운조합 부회장이자 현대해운 대표 김광선 씨를 조타기 수리비를 부풀려 수억 원대 보험금을 가로챈 혐의 등으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부산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흥준 특수부장)도 한국선급 압수수색 정보를 한국선급 원모 법무팀장(42)에게 유출한 부산해양경찰서 이모 경사(41)와 이 경사에게 이 정보를 알려준 부산지검 최모 수사관(36·8급)에 대해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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