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서른에 난소암으로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던 가수 양희은 씨(62). 그는 최근 방송에서 당시의 고통스러웠던 투병생활을 고백하며 “월경도 불규칙했고 배가 많이 부풀어있는 상태였지만 난소암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양 씨는 수술한 지 5년 뒤 완치 판결을 받았지만, 이후 난소암이 재발해 자궁을 모두 들어내야만 했다.
난소암으로 진단받는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1년 국가암통계에 따르면 난소암은 자궁경부암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부인 암이다. 우리나라에서 난소암 환자는 매년 약 2000명이 새로 생기고 있다.
○ 자각 증상 없는 난소암, 조기 진단과 예방이 중요
양 씨의 사례에서 보듯이 난소암은 대부분 초기 증상이 없거나 모호하다.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등은 자궁이상출혈 같은 증상으로 병을 의심해 볼 수 있지만, 난소암은 자각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조기 진단이 어렵다. 환자도 난소암이 커지면서 배가 더부룩해지거나 소화가 잘 안 되면 암을 의심하기보다 내과를 찾는다.
김승철 이대여성암병원 부인종양센터장은 “환자 중 80% 이상이 난소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 즉 3기나 4기 때 진단을 받는다”며 “그때엔 8시간 이상 걸리는 대수술을 받은 뒤 항암치료까지 병행해야 하는 등 관리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난소암은 치료 뒤 재발률이 높은 편이다. 5년 생존율도 40% 정도로 낮아 예후가 나쁜 암에 속한다. 김 센터장은 “말기에 발견된 환자라도 수술 뒤 보통 70∼80%는 완치 상태를 보이지만, 이 중 2년 내 재발하는 환자가 70∼80% 된다”며 “재발하면 5년 생존율은 20%에도 못 미친다”고 말했다.
난소암의 원인은 명확지 않지만 가족 중 난소암 환자가 있을 때 발병 가능성이 높다. 본인이나 가족, 친척 중에 유방암, 대장암, 자궁내막암 환자가 있는 경우에도 난소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 배란기간이 길어도 난소암에 걸리기 쉽다. 이 때문에 초경이 빠른 경우나 늦은 폐경, 미혼 여성, 불임 여성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난소암은 조기 진단할 수 있는 효과적인 선별검사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자궁경부암과 자궁내막암 등은 자궁경부세포검사, 자궁내막조직검사 등으로 선별검사가 가능하지만 난소암은 초음파검사, 혈액검사 등 여러 검사를 거쳐야 하므로 정기검진을 꾸준히 받아도 놓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평소 건강관리를 꾸준히 하고 조금이라도 의심이 될 때면 난소암 진단에 필요한 검사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볼 필요가 있다.
○ 자궁경부암은 예방 백신으로 조기 예방 가능
유방암에 이어 세계적으로 두 번째로 흔한 여성 암인 자궁경부암은 암 중에서 유일하게 원인이 밝혀진 암이다. 주로 성관계를 통해 전해지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으로 발생하며, 자궁경부암 환자의 99.7% 이상에서 고위험 HPV가 발견된다.
2011년 우리나라의 자궁경부암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14.9명으로 일본의 9.8명, 영국의 7.2명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는 성경험 연령 저하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에 비해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률이 낮은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자궁경부암은 확실한 예방 백신이 개발돼 있다. 김 센터장은 “HPV 백신은 자궁경부암 예방 효과가 70%에 이른다”며 “항문암, 구강암, 후두암 등도 함께 예방할 수 있어 좋다”고 밝혔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나이가 어릴수록, 또 성경험 전일수록 효과가 좋다. 김 센터장은 “주로 9∼26세가 권장 대상이지만 11∼12세에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중년 여성 중에도 새로 감염되는 경우가 있어 45세까지도 접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근 HPV 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의료계는 ‘우려할 만한 사항이 아니다’고 주장한다. 주웅 이대여성암병원 부인종양센터 교수는 “일본에서 백신에 포함된 알루미늄 성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이는 과학적, 임상적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약물 부작용에 대해 매우 엄격한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도 접종을 지속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해서는 HPV 백신 접종은 물론이고 첫 성경험 연령을 늦추고 성관계 대상을 제한하는 것이 좋다. 콘돔 등을 사용하며 성병을 예방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성경험이 있는 여성은 1년 간격으로 자궁경부세포검사를 받는 등 조기진단을 받아보는 것도 예방책이 될 수 있다.
○ 획기적인 난소암 조기 진단법 개발
자궁경부암 등과 달리 난소암처럼 증상이 명확지 않은 암은 예방에 한계가 있다. 조기 진단을 통해 치료 생존율을 높이는 일이 관건이다.
최근 김 센터장 연구팀은 혈액 속 저질량 이온 대사체를 분석해 난소암을 조기 진단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김 센터장은 “몸속에 암이 있는 경우 정상인과 다른 대사과정이 발생하게 되는데, 간단한 혈액검사만으로 이런 대사변화를 분석하면 암을 조기 진단할 수 있다”며 “이 검사법은 몇 가지 검증 절차와 임상시험을 거치면 수년 내 상용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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