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달 귀국 이후 2주 연속으로 일주일에 한 차례씩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출근해 직접 업무를 봤다. 이 회장의 ‘출근 경영’ 강행은 미래전략실 내부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이 회장의 건강 악화가 갑작스러웠다는 의미다.
삼성은 지난해부터 계열사 사업구조 재편 및 후계구도를 가시화하는 작업을 해왔지만 이번 일로 그 작업이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6월 이 회장이 ‘삼성의 초일류기업화’를 강조한 이후 삼성은 최근까지 매머드급 사업 구조조정을 잇달아 벌여왔다.
첫 신호탄은 지난해 9월 삼성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부문 인수였다. 서로 중복돼 시너지가 없는 사업은 떼어내고 성격이 비슷하지만 나뉘어 있는 사업은 한데 뭉쳐 글로벌 경쟁력을 키운다는 취지였다. 이어 나흘 뒤엔 삼성SDS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대 주주인 삼성SNS를 흡수 합병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재계에선 후계구도 정리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모두 오너 일가의 지분이 많은 기업이다. 또 그룹 내부거래 비중이 높고 글로벌 진출은 부진해 성장이 정체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워야 이 회장 자녀들의 지분 가치가 올라가고 이를 바탕으로 후계구도를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7개월여 만인 이달 삼성이 삼성SDS의 연내 상장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 같은 해석이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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