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은 피해 유가족과 이를 돕는 자원봉사자가 그 충격으로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9일 오후 3시 32분경 경기 안산시 상록구 일동에서 세월호 참사 직후 자원봉사 활동을 했던 배모 씨(46)가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외출했다 귀가한 부인(43)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배 씨 부부는 상록구 관내 요양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배 씨 부인은 경찰 조사에서 “남편이 ‘사고를 당한 어린 학생들이 불쌍하다’고 자주 말했고 진도 사고 현장을 혼자 다녀온 뒤 2, 3일간 합동분향소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했다”고 진술했다. 배 씨는 2, 3년 전부터 당뇨와 우울증을 앓아왔고 세월호 충격으로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자살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자살 기도도 잇따랐다. 11일 0시 53분경 안산시 화랑유원지 합동분향소 가족대책위원회 대기실 뒤편에서 희생자 A 군(17)의 아버지 B 씨가 자살을 기도했다. 신병을 비관하는 말을 하던 B 씨가 갑자기 사라진 뒤 연락이 끊기자 B 씨의 딸이 112에 신고했고, 경찰이 B 씨를 발견해 목숨을 구했다.
앞선 9일 오후 5시 45분경 숨진 C 군(17)의 어머니 D 씨(43)가 아들의 삼우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수면제를 과다 복용해 자살을 기도했지만 일찍 발견돼 병원에서 위세척을 한 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현재 유가족 등에 대한 정신건강 상담과 치료는 안산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가 진행하고 있다. 장례를 마친 뒤 3일째부터 유가족과 접촉하면서 현재 213가구를 찾아 110가구가 상담에 응했다. 나머지 진도에 있는 실종자 가족 등은 상담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하규섭 트라우마센터장은 “유가족들은 심리적으로 부정 분노 절망 우울 회복 수용 등의 단계를 거치는 만큼 주위의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다”며 “위급한 상황을 목격했을 시 긴급구조라인인 129나 1577-0199를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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