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선… 첨단 방재 장비 속속 개발

[선진국의 재난 대비]
트레일러가 구조 지휘본부로 변신… 소방대원 100명 장기간 숙식도 가능

혹한에도 문제 없이 일본 소방청이 개발한 ‘거점기능 형성차’. 동일본 대지진 당시 소방대원들이 추위에 떨며 제대로 활약하지 못한 실패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숙박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일본 소방청 제공

일본 소방청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의 구조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유형의 긴급소방차를 속속 개발하고 있다. 과거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일본식 재난 대응방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일본 소방청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소방청은 대지진 당시 연 기준 11만 명의 소방대원들이 88일간 구조활동을 펼쳤으나 동북부 지방의 3월 혹한에 떨며 100% 활약하지 못했다는 점을 반성해 ‘거점기능 형성차’를 개발해 지난달 전국에 배치했다. 이 차량은 평소에는 트레일러 모양이지만 재해현장에서 컨테이너 부분을 서랍장처럼 옆으로 빼내 총 40m²의 공간에 지휘본부를 차릴 수 있게 했다.

차량은 또 냉난방을 완비한 대형 에어텐트와 간이침대를 실어 대원 100명이 언제 어디서든 숙박할 수 있게 꾸몄다. 조리기구와 샤워실, 화장실도 완비했다. 평소에는 길이 11.97m, 높이 3.5m, 폭 2.49m이지만 확장하면 폭이 4.59m로 넓어진다. 1대에 1억1000만 엔(약 11억500만 원)으로 올 3, 4월에 전국에 6대를 배치했고 올해 안에 3대를 추가로 배치할 예정이다.

잔해물더미도 거뜬하게 도로가 끊긴 재해 현장에 신속히 접근하기 위해 개발한 수륙양용차. 일본 소방청 제공

소방청은 지진해일(쓰나미)로 잔해물더미와 물웅덩이가 생기면서 피해 현장에 제대로 접근할 수 없었다는 점을 반성해 수륙양용차도 개발했다. 타이어 안의 공기를 이용해 물에서도 뜨며 타이어의 깊은 홈으로 물을 헤치며 시속 4km로 달릴 수 있다. 이 차량은 지난달까지 전국에 15대를 배치했고 올해 말까지 2대를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소방청은 원격으로 재해지 피해 상황을 살필 수 있는 정보수집 로봇과 화재 진화활동에 투입되는 방수 로봇, 탑재한 고성능 카메라로 피해자를 찾는 무인 헬리콥터 등 현장 실정에 맞는 다양한 첨단 장비 연구에도 착수했다.

일본의 긴급 소방원조대 6835명은 동일본 대지진 발생 뒤 일주일이 지나서야 현장에 모두 파견됐다. 지진과 쓰나미로 육상·해상교통망이 모두 끊어졌기 때문이다. 소방청은 이에 따라 자위대와의 연계 작전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태풍 26호가 도쿄에서 남쪽으로 120km 떨어진 이즈오(伊豆大) 섬을 덮쳐 산사태가 일어났을 때는 나흘 만에 항공자위대 수송기로 소방차량 13대와 구조대원 57명을 현장에 보냈다. 소방청은 자위대와 연계하면 구조인력과 장비 투입 시간을 더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