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진도 팽목항과 실내체육관을 오가며 18일간 봉사활동을 한 A 씨(51)는 3일 극심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증세를 보여 병원에 입원했다. 지인들에 따르면 A 씨는 입원하기 전 며칠 동안 밥을 먹지 않고 허공을 바라보며 넋이 나간 듯 같은 말을 되뇌었다고 한다.
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27일째를 넘어가면서 현장의 자원봉사자 중 심신이 지쳐 병원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진도군에 사는 A 씨는 사고 발생 다음 날인 17일 진도지역 내 지인들과 함께 팽목항과 실내체육관 한쪽에 자리를 잡고 실종자 가족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단체의 회장 역할을 맡고 있던 그는 자원봉사자 인력 운용부터 구호물품 배급까지 모든 과정을 챙겨야 했다. 24시간 자원봉사 천막을 운영하다 보니 집에 못 들어가고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다. 매일 천막을 찾아오는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점차 피로가 쌓여갔지만 A 씨는 힘든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으니 모두 최선을 다해 가족들을 돕자”며 동료들을 격려하곤 했다.
진도 팽목항과 실내체육관 등의 자원봉사자 중에는 이처럼 병원에 입원하거나 링거 주사를 맞아가며 봉사에 임하는 사람이 많다. 자원봉사자 B 씨(54)는 “실종자 가족들 걱정에 심신이 지쳐가는 줄도 모르고 일하는 사람이 많다”며 “실종자 가족을 보고 있자면 내가 건강하다는 사실 자체가 미안하고 죄송스러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실종자 수색작업이 장기화하면서 가족들만큼 자원봉사자들의 말 못하는 고민도 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자원봉사자들은 힘든 와중에도 내색하지 않아야 한다는 이중의 부담을 안고 있다고 밝혔다. 24일째 진도에서 자원봉사 중인 김진무 씨(28)는 “요새 우울하고 정신적으로 힘든 것이 많다”며 “봉사자들끼리 불안하고 우울한 마음을 서로 달래고 있다”고 말했다. 진도 자원봉사자는 12일 현재 520여 명에 이른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 관계자는 11일까지 진도 지역에서 심리치료를 받은 194명 중 47명(24.2%)이 자원봉사자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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