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관광업 지원 발표한 정부… 유족 생활자금은 이틀전 확정
경제 중요해도 ‘국민 마음’ 살펴야
“벌써 경기부양이니 뭐니 하는 정부 대책이 나오더군요. 진도에 아직 돌아오지 않은 아들딸을 기다리는 가족들이 남아 있는데….”
최근 세월호 관련 업종 및 지역의 중소기업, 자영업자에 대한 정부의 지원 대책 발표를 지켜본 한 피해자의 아버지는 12일 동아일보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탈진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세월호 피해 가족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무대책’보다 ‘무신경’에 분노해 왔다. 피해 가족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은 안전행정부 국장, 브리핑에서 책임을 떠넘기던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의 행태에 억장이 무너졌던 그들. 이번에는 세월호 대책의 우선순위와 관련한 정부의 판단에 다시 한 번 기운이 빠졌다.
정부는 9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긴급 민생대책회의에서 침체된 소비심리를 살리기 위해 7조8000억 원의 재정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단체여행 취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행업계엔 150억 원을 긴급히 지원한다고 밝혔다. 업계가 “지원액이 부족하다”고 하자 이틀 만에 지원액이 500억 원으로 늘었다.
이런 대책이 발표될 때까지 정작 세월호 침몰 희생자 가족에 대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유가족을 위한 생활안전자금 지원은 그보다 이틀 뒤인 11일, 사고 후 25일 만에 발표됐다. 정부는 피해 가정에 쌀 다섯 가마 값인 85만3400원의 생활안정비와 가족 1인당 42만 원의 구호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안행부 관계자는 “2007년 허베이스피리트 기름 유출 사고 때 피해 어민에 대한 지원금은 두 달 만에 나왔다. 이번에는 지원이 빠른 편”이라고 했다.
하지만 업계에 대한 지원책을 피해 가족 대책에 앞서 발표한 데 대해 정부 안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경제부처 당국자는 “사고 수습이 끝나기 전에 경기부양책을 발표한 것이 자칫 ‘세월호 사고를 이제 마무리하자’는 메시지로 해석될까 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물론 세월호 참사로 우리 경제가 곤두박질치는 것을 정부가 방치해서는 안 된다. 그래도 정부가 어이없는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을 무엇보다 먼저 배려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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