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입원]
병원측 “완벽한 회복 위해… 당분간 진정치료 지속 방침”
심장마비 골든타임 4∼6분… “응급상황 대비 매뉴얼 잘 지켜”
급성 심근경색으로 스텐트 시술을 받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72)이 뇌 손상을 막기 위한 저체온 치료를 받으면서 서서히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서울병원은 12일 “이 회장의 심장 기능이 회복돼 오늘 오전 8시 반경 혈액에 산소를 공급하고 혈액 순환을 돕는 심폐보조기 에크모(ECMO)를 제거했다”며 “이후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10일 저녁 심근경색으로 심장마비가 발생했던 이 회장은 11일 오전 2시경 심장 스텐트 시술을 마친 뒤 에크모로 심장과 폐 혈액 순환을 보완했으며, 현재는 저체온 치료를 받고 있다.
저체온 치료를 마치고 정상 체온을 회복할 때까지는 일반적으로 48시간가량 걸린다. 다만 의료진은 이 회장의 안전하고 완벽한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당분간 진정 치료를 지속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의식을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저체온 치료는 심장마비로 뇌에 혈액과 산소 공급이 일시적으로 중단된 이후 혈류 복원 과정에서 오는 뇌 손상을 줄이기 위해 체온을 32∼34도로 떨어뜨리는 요법.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치료를 마친 직후 24시간 동안은 체온을 낮추는 작업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현재 상태는 ‘깊은 수면 상태’와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회장이 위기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던 것은 발 빠른 초기 대응 덕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0일 밤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던 이 회장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에서 즉시 인근 순천향대병원 응급실로 옮겨졌고 이후 심장마비가 발생하자 산소 공급,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곧바로 받았다.
비서진의 침착한 대응과 관련해 재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의 건강이 갑작스럽게 안 좋아질 경우를 대비해 행동 요령을 담은 매뉴얼이 있었고 비서진이 이 매뉴얼에 따라 행동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비서진의 긴급 연락을 받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자택에서 가까운 순천향대병원으로 갈 것을 조언했고 이후 시술 과정에서 두 병원이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해가며 협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용석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대개 뇌중풍(뇌졸중), 심근경색 등이 발병했을 땐 무조건 거리가 멀어도 대형 병원으로 가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이 회장 사례에서 보듯 제일 가까운 종합병원으로 가는 것이 정답”이라며 “뇌 혈류 공급이 4분 이상 끊기면 뇌 손상이 올 수 있어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심장마비가 왔을 때의 골든타임, 즉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시간은 4∼6분. 일반 심근경색의 골든타임은 6∼12시간이지만 심장이 멈췄을 경우엔 분초를 다투어 심폐소생술, 전기치료 등 응급조치를 해야 한다. 그 밖에 뇌중풍은 3∼6시간, 혈압이 심하게 떨어지는 등의 중증 외상 등은 1시간을 넘기면 안 된다.
오 교수는 “혈관이 막히게 될 경우 막힌 혈관의 바로 옆 경계 부위는 혈류가 부족하긴 해도 완전히 죽지는 않은 상태”라며 “이 회장은 골든타임 내에 신속한 응급조치를 받아 위급한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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