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를 겨냥해 “당을 떠나라”는 직격탄이 터져 나온 의원총회를 지켜본 당직자들의 첫 반응이었다. 세월호 참사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의원총회에서 정작 세월호보다는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쌓인 당내 갈등이 폭발했기 때문이다. 신당 창당에 나선 안철수 새정치 실험의 현주소를 드러낸 셈이다.
○ “당 떠나라” “쿠데타”…
이날 의원총회에선 세월호 참사의 직격탄을 맞은 경기 안산이 지역구인 김영환 의원이 안산시장 후보 전략공천을 문제 삼으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김 의원은 김철민 현 시장 공천 배제에 대해 “아무리 선의로 해석해도 납득할 수가 없다. 새정치가 대체 무엇인지를 돌아보길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일부 의원이 “잘했어!”라며 박수를 쳤다.
수석대변인이자 전남도당 위원장인 이윤석 의원이 발언권을 신청하자 의원총회는 비공개로 전환됐다. 이 의원이 김한길 안철수 두 공동대표에게 “이럴 거면 당을 떠나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안 대표에게는 “새정치를 하려거든 기득권부터 내려놓으라. 대통령선거 불출마를 선언한다면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까지 했다.
안 대표 비서실장인 문병호 의원이 “이 의원, 당신이 당 대표야?”라고 맞고함을 쳤다. 그러자 전남 지역 초선인 김승남 의원은 단상 쪽으로 뛰어나와 문 의원에게 “왜 말을 막아!”라고 항의했다.
강경파인 정청래 의원은 “단죄하는 심정으로 공개하겠다. 안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하기가 힘들 것”이라며 전날 트위터에 올린 글 3개를 읽어 내려갔다. 그는 “민주의 성지 광주에서 가장 반민주적으로 자기 몫 챙기기 낙하산 공천(광주시장 전략공천)을 하더니 시도당 공심위를 무력화시키며 생떼쓰기 공천만행 쿠데타 기도”라고 비난했다. 이어 “김대중은 자기 팔을 잘라 당을 살렸고 안철수는 남의 팔다리를 잘라 당을 죽이고 있다”고 했다.
2시간 20분간 진행된 의원총회 내내 안 대표는 몹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김 공동대표는 눈을 감고 있었다고 한다.
○ 안철수, “정상적 수준”이라고 했지만…
의총이 끝난 뒤 안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잡음 안 나는 공천 있나. 이 정도는 일반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정상적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쓴웃음을 지었다. 의총의 ‘반란’을 목격한 주류 지도부의 분위기는 격앙된 표정이 역력했다. 안, 김 대표는 이날 저녁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했다. 당권파 측 핵심 관계자는 “지도부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몇몇 의원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일반화시킨 것은 대단히 잘못됐다”며 “수석대변인 등 핵심 당직을 맡고 있는 이윤석 의원에 대해서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안 대표의 새정치 실험은 공천 과정에서 역풍을 맞고 있다. 정작 ‘안철수의 사람들’은 광역단체장 후보 경선에서 거듭 고배를 마셨다.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과 이석형 전 전남 함평군수가 각각 경기·전남도지사 후보 경선에서 참패했다. 특히 김 전 교육감은 안 대표가 오랫동안 영입에 공을 들였던 인사다. 게다가 안 대표 측 인사 중 전략공천을 받은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는 전략공천의 명분도, 발표 시기도 적합하지 않았다는 비판과 함께 거센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한 당직자는 “‘새정치’란 구호에 걸맞은 혁신공천, 개혁공천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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