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
민심-당심서 모두 鄭에 밀려
“서울지역 당원 특성 못읽고… 뒤늦은 출마선언도 패인”
이변은 없었다. 정몽준 의원을 향한 김황식 전 국무총리(사진)의 막판 추격전은 역부족이었다. 당내에선 표차가 당초 예상보다 더 크게 벌어졌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 논란에 불을 지피며 반격에 나섰던 김 전 총리의 득표율은 정 의원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우선 김 전 총리의 큰 패인으로 박심 마케팅의 부작용을 꼽는 사람이 많다. 김 전 총리는 “박 대통령이 내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공격적인 발언으로 당심을 자극했다. 박심 마케팅은 스스로 ‘박심’의 적통(嫡統)임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박 대통령과 껄끄러운 정 의원에게 맞서기 위해선 이 같은 구도 설정이 필요했을 것이다. 투표 전략상으로도 경선의 20%를 차지하는 여론조사에서 정 의원에게 줄곧 뒤지고 있지만 나머지 80%를 차지하는 현장투표를 이기면 역전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12일 대의원과 당원, 국민선거인단이 함께 모여 실시한 현장 투표에서 김 전 총리와 정 의원의 격차는 여론조사보다 더 벌어졌다. 김 전 총리는 724표(20%)를 얻어 정 의원(2657표·73.8%)에게 크게 못 미쳤다. 민심을 반영한 여론조사에서 정 의원과 김 전 총리가 각각 60.2%와 26%를 기록한 것보다 당심의 이탈이 더 심했던 셈이다.
여권 내에선 “김 전 총리가 친박 성향이 뚜렷하지 않은 서울지역 당원의 특성을 간과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지역 새누리당 의원 16명은 친박·비박 성향이 고루 분포돼 있다. 여기에 원내에 들어가지 못한 당협위원장이 많아 대의원 장악력도 상대적으로 강하지 않다. ‘박심’에 곧바로 반응하는 영남권과 서울은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김 전 총리가 선거전에 늦게 뛰어든 것을 패착이라고 보는 시각도 많다. 김 전 총리가 새누리당 지도부를 만난 뒤에도 경선 참여를 결정하지 못하고 미국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정 의원은 곧바로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이때부터 만들어진 ‘정몽준 대 박원순’ 양자 대결 구도는 정 의원이 줄곧 여론조사 선두를 유지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세월호 참사도 김 전 총리에게 큰 악재였다. 갈 길 바쁜 2위 후보의 발걸음을 2주 가까이 묶어 놓은 데다 자신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TV토론과 정책토론회도 한 차례씩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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