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인조 남성그룹 엑소가 7일 엑소-K와 엑소-M으로 나누어 각각 한국어와 중국어로 발표한 새 미니앨범 ‘중독(Overdose)’이 선주문으로만 65만 장 이상 팔렸다. 지난해 ‘으르렁’에 이은 2년 연속 밀리언셀러의 기록이 눈앞에 보인다.
타이틀 곡 ‘중독’은 ‘으르렁’의 이란성쌍둥이로 기획됐다. ‘으르렁’은 B단조, ‘중독’은 F단조로 조성(調性)은 다르지만 멜로디의 뼈대가 겹쳐 있다. 으뜸화음의 1도, (단)3도, (완전)4도, (단)7도에 해당하는 음들이 척추다. ‘으르렁’의 1차 후렴구인 ‘검은 그림자 내 안에 깨어나/널 보는 두 눈에 불꽃이 튄다…’에 해당하는 ‘시-시-레-미-파#-파#-미-레-미-(레-)시’의 ‘상승-하강’식 멜로디는, ‘중독’의 첫 소절인 ‘모든 걸 걸고 널 들이킨 나/이젠 돌이킬 수도 없다’의 음률인 ‘도-시b-라b-시b-파’의 하강 선율로 이어진다. 속편 같다. 절대적 음은 다르지만 상대적인 음의 배치는 비슷하다. ‘으르렁’의 공식을 약간만 비틀어 분위기를 이어간다. ‘중독’의 후렴구인 ‘Someone Call The Doctor 날 붙잡고 말해줘’의 낙차 큰 선율도 ‘척추 음’들 안에서 구성된다.
‘나 으르렁 으르렁 으르렁대’의 매우 단순한 2차 후렴구로 연속 절정을 선사한 ‘으르렁’에 비해 ‘중독’은 화력 면에서는 약하다. 비슷한 구조 속에서 ‘으르렁’이 폭발력으로 승부를 걸었다면 ‘중독’은 멜로디와 몽환적인 분위기를 내세웠다.
‘태양계 밖 행성에서 온 12명의 초능력자’라는 엑소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텔링도 이어진다. ‘늑대와 미녀’와 ‘으르렁’이 사랑에 빠진 늑대인간의 고뇌와 포효를 그렸다면 ‘널 너무 많이 들이켜 중독됐다’는 ‘중독’은 뱀파이어를 은유한 듯하다. 21세기 인기 하이틴 언데드 로맨스물의 단골 스토리다.
‘중독’은 SM엔터테인먼트의 막강한 국내외 작곡가 협업 시스템에서 나왔다. 지난해 7월 서울 압구정로 SM 사옥에서 열린 작곡가 캠프에서 한국 작곡가 켄지와 미국의 유명 프로듀서 집단 ‘언더독스’가 함께 만들어냈다. 언더독스는 라이어넬 리치, 저스틴 팀버레이크, 알 켈리, 크리스 브라운의 곡을 만들어왔다. SM 관계자는 “‘늑대와 미녀’와 ‘으르렁’을 통해 팬덤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 대세로 평가받은 그룹으로서, 세련된 남성미가 넘치는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고 전 세계 팬들에게도 다가갈 수 있는 팝·R&B 장르의 댄스곡을 택했다”고 했다.
‘중독’에 대해 음악 전문가들은 ‘으르렁’엔 못 미치지만 ‘MAMA’ ‘늑대와 미녀’보다는 좋다는 평가를 내놨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으르렁’이 세련되고 깔끔한 엑소 음악의 성취를 이뤄냈다면 ‘중독’은 이런 특기를 다시 한 번 반복한 셈”이라고 했다. 강일권 웹진 ‘리드머’ 편집장은 “‘중독’은 미국 남부 힙합과 결합한 주류 R&B 사운드를 통해 (‘으르렁’에 이어) 다시 한 번 탄탄한 음악을 들려주지만, 후렴구에서 느껴지는 SM 특유의 멜로디 전개가 다소 식상함을 준다”고 지적했다. 이대화 평론가는 “‘늑대와 미녀’보다는 리듬감이, ‘으르렁’보다는 대중성이 떨어진다”면서 “장르적 변신을 기대했는데 전작과 너무 비슷한 스타일로 돌아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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