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뇌의 난청 초기일 때 보청기 사용해야 말-소음 구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4일 03시 00분


김성근이비인후과

김성근 김성근이비인후과 원장(오른쪽)이 난청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김성근이비인후과 제공
김성근 김성근이비인후과 원장(오른쪽)이 난청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김성근이비인후과 제공
“잡소리가 크게 들려 정작 말소리는 안 들린다.”

“왕왕거리는 소리 때문에 말소리가 들려도 깨끗하지가 않다.”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보청기를 착용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불편함이다. 가장 큰 이유는 보청기의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보청기는 사람의 말소리를 깨끗하게 들리도록 하기 위해 고음역의 소리만을 증폭한다. 그러나 과도하게 증폭된 소리는 보청기의 울림현상을 유발해 오히려 잘 들리지 않게 된다. 또 소음을 줄여주는 기능을 강화한 일부 보청기의 경우 필요한 말소리마저 줄여서 듣지 못하는 부작용도 생긴다.

최근 보청기는 이런 단점을 극복하고 성능이 굉장히 좋아졌다. 필요한 소리만 선택적으로 증폭하는 다채널 기술이 개발됐고, 개방형 보청기는 울림 현상을 줄여준다. 소음과 말소리를 스스로 인식해서 소음은 줄이고 말소리는 잘 들리게 해주는 기술도 개발돼 상품화됐다.

보청기의 성능이 과거보다 많이 향상된 건 사실이지만 아직도 상당수의 보청기 착용자들은 여전히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난청은 본인도 모르게 서서히 진행된다. 초기에는 말소리의 선명도가 떨어지기 시작하고 그 다음 단계에서는 말소리는 들리지만 정확한 음절을 들을 수 없게 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들을 수 있는 소리 크기가 너무 커져 주변인들이 불편함을 느낄 정도의 큰 소리만 인지할 수 있게 된다.

난청 진행과정에서 개개인의 난청이 어느 지점까지 진행되어 있는지는 다 다르다. 소리에 대한 민감도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귀를 통해 들리는 청력뿐만 아니라 귀로부터 듣는 모든 소리를 분류해서 듣고 싶은 소리들, 즉 의미 있는 소리만을 듣게끔 걸러주는 뇌의 청각기능 또한 사람에 따라 다 다르기 때문에 보청기 처방은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뇌의 청각 기능이 떨어지면 보청기를 착용해도 시끄러운 곳에서 말소리를 잘 듣지 못한다. 주변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듣고 싶은 소리에 집중하면 주변 소음은 인식하지 않고 원하는 소리를 정확히 들을 수가 있다. 이는 소리를 걸러주는 뇌의 청각기능 때문이다.

예를 들어 거실에서 책을 보다가 창문을 두들기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면 비가 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다시 책에 집중하면 창문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는 점점 안 들리게 된다. 소리는 들리나 인식을 하지 않게 되는 것. 이처럼 뇌의 청각 기능이 정상일 때 떨어진 청력을 보청기로 교정하면 보청기를 통해 들리는 모든 소리 중 필요한 소리만을 걸러 들을 수가 있다.

난청 초기 단계에서는 뇌의 청각 기능이 아직 정상이기 때문에 불편하지 않지만 난청이 진행되면 뇌의 청각 기능도 떨어진다. 난청 초기에 보청기를 착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뇌의 청각 기능이 떨어지면서 진행된 난청은 보청기로 잡소리와 말소리를 구분하기 힘들어진다. 말소리를 크게 해주는 보청기의 성능도 뇌의 청각 기능이 떨어지면 한계가 있다. 난청 초기에 최대한 빠르게 자신의 청력에 맞는 보청기를 처방받는 것이 중요하다.

난청은 고혈압처럼 만성질환이다. 전문의들은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를 진단하고 검사해 처방을 내리고, 치료 중에도 주기적인 검사나 진단을 통해 악물의 용량을 조절하거나 약을 바꾸면서 병의 진행 상태나 합병증병발 유무를 관찰한다. 난청 역시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단과 검사를 통해 정확한 보청기 처방을 받아야 한다.

김성근 이비인후과원장은 “보청기를 착용한 뒤에도 주기적인 검사와 진단을 받아서 보청기를 기계적으로 조절해야 한다”며 “필요할 때는 이비인후과적 치료를 통해 난청의 진행 상태나 악화를 방지하고 관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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