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인 시설 개선과 안전 관련 소프트웨어 도입을 위해서는 관련 재정 투입이 우선순위에 올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일선 초중고교의 예산으로는 한여름에 전기료를 내기도 빠듯한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학교 차원에서 수억 원이 드는 근본적인 안전 개선은 엄두조차 내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 당국은 부족한 교육 재정만 탓하며 책임을 학교에 지우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학교 안전 개선에 의지를 갖고 기존 교육 재정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교육복지 예산을 한시적으로라도 축소하고, 안전 관련 예산을 우선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도교육청의 교육 재정은 대부분 내국세 총액의 20.27%가 할당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시도 이전 수입으로 꾸려진다. 2000년대 들어 교부금은 늘어나고 있지만 시도 이전 수입은 줄면서 교육 재정 수입은 소폭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교육 재정 지출은 급증하고 있다. 2011년에 무상급식, 2012년에 누리과정이 잇달아 도입되면서 최근 5년간(2009∼2013년) 교육복지 지출은 38.4% 증가했다. 무상급식이나 돌봄교실 등 현물이나 서비스로 제공된 것을 제외하고 순전히 현금으로 투입된 액수만 따져 봐도 2009년 2700억 원에서 2013년 6800억 원(서울 기준)으로 늘었다.
예산은 한정된 상황에서 교육복지 지출이 늘다 보니 시설사업비가 줄어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누리과정 지출이 늘어나면서 교육환경개선비가 2008년 6760억 원(전체 교육 예산의 9.6%)에서 2013년 1563억 원(2%)으로 줄었다. 학교는 점점 낡아 가는데 노후시설 개보수에 필요한 돈은 도리어 축소되는 것이다.
한국교육재정경제학회가 16일 발표할 예정인 ‘교육복지 재정 실태와 과제’라는 연구 내용을 보면 교육복지 비용이 급증하면서 시설사업비가 턱없이 모자라는 상황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중기 재정계획에 따르면 시설사업비는 2014년 4294억 원, 2015년 6412억 원, 2016년 6456억 원, 2017년 5662억 원이 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실제로 쓸 수 있는 시설사업비는 2014년 3291억 원에서 2017년에는 1138억 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산된다. 2017년에 고교 무상교육이 도입되면 현재 교육사업비 가운데 70% 정도인 교육복지비 지출 비중이 90%까지 늘기 때문이다. 이 경우 2017년을 기준으로 필요한 시설사업비에 비해 가용 시설사업비는 서울에서만 4000억 원 이상 부족하게 된다.
한국교육재정경제학회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특별회계법을 마련해 교육 재정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시설 예산을 확충하기 위해 ‘교육환경개선 특별회계’를 만들거나 고교 무상교육 도입 및 누리과정 확대에 필요한 예산은 ‘교육복지 특별회계’로 따로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서는 “과거에 교육환경 개선에 필요한 막대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교육세를 올려서 한시적으로 교육환경개선 특별회계를 운영한 전례가 있다”면서 “특별회계를 만들어서 일반적인 교육 예산이 잠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편성된 시설사업비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관행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매년 시설사업비 예산의 집행률은 70%에 못 미친다. 교육청이 시설 예산을 집행하는 기준이 까다롭고, 일부 학교만 선정해 지원하는 데 따른 잡음 등을 우려해 시설사업비 집행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해 교육부는 지난해 9월 교육 재정 중 이월 및 불용 예산을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의 변화는 없다. 서울 A초등학교의 관계자는 “특정 학교가 사업비를 받으면 인근 학교에서 불만이나 민원이 나오기 때문에 교육청이 너무 소극적이다”라며 “교육 당국이 시설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시설사업비를 재량껏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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