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위험한 것은 하드웨어뿐만이 아니다. 학교에서 안전과 관련된 교육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소프트웨어의 부재도 문제다.
지난 몇 년간 동일본 대지진과 서울 우면산 산사태 등이 이어지자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2013년 안전교육 매뉴얼을 공동 개발했다. 하지만 폭염, 황사, 식중독 등 학교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재난에 한정돼 있고, 그마저도 교사들의 지도용 매뉴얼이라서 학생들에게는 무용지물이다.
학교보건법은 학교가 의무적으로 안전교육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입시 교육에 쫓기는 중고교에서 이를 지키는 곳은 거의 없다. 초등학교는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안전재난 교육을 6시간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학교폭력 교육 등에 밀려 뒷전이다. 아동복지법은 재난 대비 교육을 연간 6시간 이상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교사 중 절반가량이 이런 규정을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실습이 전혀 없다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다. 아동·청소년기는 어른보다 경험 및 인지판단 능력이 떨어져서 실습이 더 중요하다. 위기 상황에서는 평소 몸에 익은 대처법이 반사적으로 나와야 하는데, 학교의 안전교육에는 가장 중요한 실습이 빠져 있다.
심폐소생술의 경우 지난해 12월 학교보건법이 개정되면서 올해부터 전 학생, 교직원이 교육받도록 돼 있다. 그런데 현장에선 1년에 한 학년만 간신히 교육을 받는 실정이다. 그마저도 단순 이론교육 위주다. 서울의 A 사립고 교장은 “교육청에서 심폐소생술 실습 마네킹을 지원해준다고 했지만 감감무소식”이라며 “인터넷에서 자료를 내려받아 설명해주는 방식으로 때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 학교에서는 다양한 상황을 가정해 놓고 학생들이 연령별 상황별로 실제 연습을 할 수 있게 시스템을 정비하고 훈련시키는 추세다. 이재헌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반복적인 실습을 통해서만 위기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이 길러진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학교 안전 교육이 부실한 이유 역시 비용과 전문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학생 수가 가장 많은 서울과 경기교육청이 안전교육에 쓰는 비용은 각각 연간 1억 원과 5000만 원 수준. 실습 기재 구입이나 전문가의 지도는 꿈도 꾸기 힘든 금액이다.
경기 B중학교 교장은 “전문강사는커녕 학교 교사에게 안전교육 관련 수고비를 주기도 빠듯하다. 그렇다 보니 교사들이 안전교육 담당이 되기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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