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국무회의’ 관료개혁 언급은 꺼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4일 03시 00분


朴대통령, 대국민 담화 의견수렴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이례적으로 국무위원 전원의 의견을 듣는 방식으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임박한 세월호 참사 대국민 담화 발표에 앞서 내각의 의견을 수렴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회의 시작과 함께 “국가 재난안전 제도를 어떻게 정착시킬 것인가에 대해 집중적인 논의가 있었으면 한다”며 참석자들에게 일일이 의견을 발표하도록 했다. 박 대통령은 통상 국무회의에서 ‘깨알 지시’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모두발언을 통해 국정 방향을 제시한 뒤 안건을 처리해왔다. 하지만 이날은 안건 처리도 미룬 채 의견 수렴부터 시작했다.

이미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국무총리가 참석하지 않아 진행은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맡았다. 현 부총리 왼쪽에 앉은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을 시작으로 류길재 통일부 장관까지, 앉는 순서에 따라 22명이 모두 자신의 의견을 내놓았다. 회의는 오전 10시부터 낮 12시 50분까지 2시간 50분간 진행됐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세월호 사고 관련 사후 대책과 향후 안전사고 예방 및 대처 방안, 안전문화 정착 방안 등이 거론됐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선 5급 공채시험(옛 행정고시) 폐지나 안행부의 실질적 해체 같은 근본적인 처방에 대한 논의는 별로 없었다. 주로 재난 발생 시 초동 대처 방안과 안전의식 고취 같은 행정적 대안에 대한 발언이 많았다고 한다. 관료 출신 장관이 많은 데다 타 부처 장관 앞에서 관료사회를 강도 높게 개혁하자고 건의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일부 참석자는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과 관련해 퇴직 공무원의 유관단체 취업을 제한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과 직무와 관련 없이 금품을 받으면 무조건 처벌하는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법안)의 국회 처리가 필요하다는 건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부처 산하 유관 협회를 통폐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담화문에 담을 구체적 내용을 논의하는 자리였다기보다 국민 의견 수렴 과정 중 하나로 내각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쳤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며 “담화문 내용은 대통령이 직접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그동안 많은 의견을 수렴한 만큼 연구 검토한 내용을 바탕으로 조만간 대국민 담화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늦어도 다음 주 초반에는 담화를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이 담화 발표 이후 야당 지도부에 공식적으로 협조를 구할지도 관심사다. 박 대통령이 약속한 국가안전처 신설이나 각종 안전 관련 제도를 정비하려면 법 개정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만큼 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 또 잡음 없이 개각을 마치려면 원만한 대야(對野) 관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 6·4지방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세월호#박근혜 대통령#국무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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