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세월호 핑계’ 손놓은 해수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4일 03시 00분


“아직도 주민의 안전은 뒷전이에요. 해양수산부가 왜 ‘해피아’라고 욕을 먹는지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침몰 사고에 따른 업무 과중을 핑계로 자신들이 발표한 행정 조치를 미뤄 연안여객선을 이용하는 섬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해수부는 ‘연안여객선 중 서비스가 엉망인 독점 항로에 대해 복수 노선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아 인천 옹진군 북도면(장봉도, 신·시·모도) 주민은 “‘부실한 여객선’을 언제까지 이용해야 하느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해수부는 올해 1월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인천 영종(삼목 선착장)∼장봉도 항로를 운항하는 세종해운이 고객만족도 평가 결과 최하점을 받아 이 항로에 복수 노선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해운은 지난해 56개 선사 여객선 137척을 대상으로 한 연안여객선 고객만족도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지난해 여름 성수기 때 신고를 하지 않고 선박을 운항하거나 운항을 쉬는 등 ‘사업계획 미준수’가 드러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이에 따라 해수부 산하 인천지방해양항만청은 3월 27일 이 항로의 신규 사업자(해상여객운송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고를 냈다. 신규 사업자 제안서 제출 마감일인 4월 16일까지 5개 사업자가 제안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달 16일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하면서 복수 노선 취항을 위한 행정절차는 중단된 상태다.

북도면 주민들은 지난달 말 인천항만청에 복수 항로 추진상황을 문의했지만 “심사위원 모집이 어렵다. 지금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상황에서 제대로 심사가 되겠느냐”는 말만 들었다.

해수부 관계자는 올해 1월 본보와의 통화에서 “3, 4월에 복수 노선 허용을 위한 사업자 공고를 낸 뒤 심사할 것이다. 여유분의 여객선이 있는 선사가 신청하면 더 빨리 운항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복수 노선 취항 업무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감사원의 감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월호 침몰사고 직후 감사원 감사가 이뤄졌고 14일부터 정부의 대대적인 감사가 또다시 예고되면서 행정 업무가 사실상 중단됐다는 얘기다.

주민들과 관광객들은 독점 운항에 따른 여객선사의 횡포 때문에 불안하다며 신규 사업자 선정을 촉구했다. 북도면의 한 주민은 “관광객이 몰리는 주말에는 기상이 좋지 않아도 운항을 강행하고 손님이 없는 평일에는 온갖 기상 조건이 안 좋다는 이유를 내세워 배를 결항해 주민 불편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천항만청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로 신규 사업자를 심사할 위원회 구성이 사실상 어려워 당분간 복수 항로를 위한 사업자 선정이 어렵다”고 해명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해양수산부#세월호 참사#복수 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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