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은퇴]‘두 개의 심장’도 아픈 무릎 앞에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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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영광의 선수생활 마감

두 개의 심장을 달았다는 ‘산소 탱크’ 박지성(33)도 10년 넘게 계속돼 온 무릎 통증을 더이상 참고 버티기는 힘들었던 모양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의 아이콘이었던 박지성이 은퇴를 선언하고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시작한 24년간의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박지성은 14일 경기 수원 박지성유소년축구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시즌까지 버티기에는 무릎 상태가 너무 안 좋다. 이대로는 경기를 뛰기 힘들어 은퇴를 결심했다”고 밝히면서 “믿음이 가는 선수로 팬들의 기억에 남고 싶다”고 말했다.

박지성은 2월부터 은퇴를 고민했다. 한 경기를 뛰고 나면 4일은 쉬어야 운동을 할 수 있을 만큼 상태가 나빴다고 한다. 그의 무릎 통증은 경기 중 당한 부상 때문은 아니다. 2002년 월드컵이 끝나고 그해 말부터 무릎 상태가 서서히 나빠졌다. 지금 수술을 해서라도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겠지만 회복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수술을 한다고 100% 낫는다는 보장도 없어 수술을 포기했다. 박지성은 “선수 생활 중 특별히 후회되는 부분은 없다. 다만 무릎 부상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2005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입단으로 한국인 1호 프리미어리거가 됐고,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월드컵 3개 대회 연속 골을 기록한 박지성. 국가대표로 A매치를 100경기나 뛴 그가 가장 행복했던 때로 꼽은 건 2002년 월드컵이었다. 그는 “2002년은 다시 한 번 그때로 돌아가 즐기고 싶은 시기다. 당시 대표팀의 막내여서 부담 없이 축구를 할 수 있었던 때”라고 했다. 박지성은 이때 만난 거스 히딩크 감독을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지도자로 꼽으면서 “월드컵 출전과 유럽 진출의 기회를 내게 줬던 감독”이라며 각별히 챙겼다.

박지성은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당분간 유럽에서 쉬면서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축구 지도자나 해설가를 할 생각은 없다고 분명하게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도자를 할 생각은 전혀 없다. 지도자 자격증이 없어 할 수도 없다. 행정가를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그게 목표는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한국 축구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할 것”이라고 했다.

박지성은 은퇴를 선언했지만 국내 팬들이 그라운드에서 뛰는 그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는 남아 있다. 에인트호번이 국내에서 22일 수원, 24일 경남과 치르는 친선경기에 박지성이 참가한다. 또 박지성은 7월 25일 국내에서 K리그 선수들과 함께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경기도 준비하고 있다. 박지성은 “7월 25일 경기가 국내 팬들 앞에서 뛰는 마지막 경기가 아닐까 싶다”고 했다. 박지성은 이날 김민지 전 SBS 아나운서와의 결혼 계획을 전하면서 날짜(7월 27일)와 장소(서울 W호텔)를 알렸다.

수원=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박지성#무릎 통증#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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