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새샘 기자의 고양이끼고 드라마]난세 영웅들의 혈투… ‘정도전’과 오버랩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5일 03시 00분


미드 ‘왕좌의 게임’

장애를 갖고 태어나 온갖 수모를 당하며 자라온 티리온 라니스터는 인내심이 강한 인물이다. 사진출처미국HBO홈페이지
장애를 갖고 태어나 온갖 수모를 당하며 자라온 티리온 라니스터는 인내심이 강한 인물이다. 사진출처미국HBO홈페이지

겉으로만 보면 전혀 다른 드라마다. 미드 ‘왕좌의 게임’은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를 원작으로 한 판타지고 KBS 주말드라마 ‘정도전’은 역사를 다룬 드라마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비슷한 점이 많다.

우선 난세를 다뤘다는 점이 그렇다. 왕좌의 게임은 제목 그대로 가상의 대륙 웨스테로스를 지배하는 철의 왕좌를 놓고 일곱 가문이 벌이는 싸움 이야기다. 정도전 역시 고려 말 왕조가 바뀌느냐 마느냐를 놓고 벌어지는 혈투를 다뤘다. 각종 음모와 책략이 난무하고, 피와 땀이 흩뿌려지는 전쟁 장면을 현실감 있게 그려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는다는 점도 비슷하다.

몇몇 등장인물의 캐릭터도 겹친다. 왜소증을 갖고 태어난 라니스터 가문의 아들 티리온 라니스터(피터 딩클리지)는 권모술수에 능하지만 백성들을 폭정에서 구하려고 동분서주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새 왕조 건설을 위해 위악을 서슴지 않는 정도전(조재현)과 닮았다.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는 이유로 평생 놀림을 받으면서도 이를 모두 참아낸 티리온의 인내심 역시 귀양을 다녀온 뒤 수년간 칩거하며 칼을 간 정도전보다 못하지 않다.

위화도 회군으로 왕조 교체의 포문을 연 이성계(유동근)는, 반역으로 쫓겨났다 용을 자식으로 얻어 다시 웨스테로스로 돌아오는 중인 대너리스 타르가르옌(에밀리아 클라크)을 연상시킨다. 특히 노예도시의 노예들을 해방시켜주며 그들의 충성을 얻는다는 점이 덕장으로 칭송받는 이성계와 비슷하다.

왕좌의 게임은 웬만한 영화를 넘어서는 화려한 특수효과에 방대한 스토리로 ‘예산이 부족해서라도 조기 종영할 것’이라는 우려를 씻어내고 시즌4를 방영 중이다. 정도전 역시 수없이 사극에서 다뤄져 지루할 만도 한 시대와 인물을 새롭게 해석해 침체됐던 KBS 사극 장르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정도전은 끝까지 세상을 위한 대의를 외치며 체면을 차리려 하지만 왕좌의 게임은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욕망에 충실한 채 자신만의 대의를 향해 달려 나간다는 점이다. 정도전의 대의는 승리를 거둔 듯 보이지만 결국 역사 속에서 최종적으로는 실현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왕좌의 게임 속 철의 왕좌가 누구의 대의에 손을 들어줄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원작 소설은 총 7부작으로 드라마는 아직 원작의 절반도 다루지 못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정도전#왕좌의 게임#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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