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선박 운항관리에 대한 감독은 강화됐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땜질식 응급처방 수준에 머물고 있어 승객, 선사, 행정당국 사이에 불만이 쌓이고 있다.
14일 오전 8시경 인천 연안여객터미널. 바로 세월호가 출항했던 곳이다. 백령도행 대형 여객선 하모니플라워호(2071t)를 타려는 승객들에 대한 신분증 대조, 탑승권 발권, 수하물 통관 절차가 까다롭게 진행됐다. 탑승권 창구에서는 얼굴과 주민등록증을 일일이 비교했고, 전산입력을 통해 승객들의 신원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동안은 승객들이 직접 쓴 기록을 토대로 했기 때문에 허위나 부실 기재를 해도 손쓸 방도가 없었다. 맞이방에서는 승객의 수하물 기준(1인당 15kg)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수시로 흘러나왔고, 탑승구 길목에서는 승객 손에 들린 수하물을 저울대에 올려놓고 무게를 달았다.
하지만 이런 기준을 수긍 못하는 승객과 선사 직원 간에 실랑이가 벌어지는가 하면 개찰구에서의 신분 대조 작업 과정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승객들은 승선권과 주민등록증을 들고 개찰구를 통과해야 했지만 직원 4명이 수백 명의 얼굴을 일일이 대조하지 않은 채 형식적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화물 선적을 둘러싼 승객들과의 마찰은 심각했다. 해운당국이 임의대로 수하물 반입기준을 1인당 15kg으로 정하면서 기준을 초과한 화물처리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섬 주민들은 생활필수품과 어류 등을 30∼40kg 정도 들고 타더라도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백령도를 자주 왕래한다는 김선행 씨(55)는 “그동안 발권 절차가 수월했는데, 갑자기 승객 편의를 아랑곳하지 않은 채 엄격한 잣대로 규제를 하니 적응이 잘 안 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승객들은 기준을 넘는 화물을 별도로 탁송해야 하지만 여객선 내에 이를 처리할 공간이 없어 화물차 2, 3대를 투입해 임시로 수송하고 있었다. 세월호에서 지적됐던 허술한 고박(화물 고정 작업)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차량에 화물을 담아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선사 관계자는 “수하물을 편하게 담을 수 있는 컨테이너를 여객선에 적재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1년 뒤 정기점검 때나 가능하다”며 답답해했다.
한국해운조합의 출항 전 현장점검도 꼼꼼하게 진행되긴 했지만 예전과 크게 달라질 수 없는 구조였다. 조합 관계자는 “출항 직전에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은 만재흘수선(화물을 실을 수 있는 최대한도의 한계선) 적정성과 기본 장비의 정상 작동 여부”라며 “3∼4시간 이상 소요되는 16개 항목을 전부 검사하면 여객선이 출항할 수 없을뿐더러 이를 수행할 직원도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세월호 사고 이후 전국 여객터미널에서는 인천항과 유사하게 과적을 막으려는 노력을 보이곤 있지만 지속가능한 시스템이라기보다는 ‘눈 가리고 아웅’이란 비난이 많다. 박남춘 의원(새정치민주연합·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은 “여객선 과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면 공항과 유사한 화물 취급 시설을 먼저 갖추고 표준화된 기준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이것만은 꼭 지켜주세요
배에 타는 승객들이 구명조끼 입는 법을 설명하거나 비상시 행동요령 같은 안내 방송을 할 때 거의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구명조끼도 안 입은 아이들이 배에서 뛰어다니거나 배의 난간에 매달려도 부모가 방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성욱(52·한강 유람선 여객운항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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