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지방선거 D―20일인 15일 여야는 본격적인 선거준비 태세에 돌입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수습 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새누리당은 첫 중앙선대위 회의를 개최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선거운동 기조를 밝혔다. 새누리당은 반성 모드 속에 박근혜 대통령과
정국 안정론을 내세워 지지층을 결집시키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으며, 새정치연합은 경청을 통해 세월호 참사로 분노하는 여성의 표심을
공략할 계획이다. 》
▼ 새누리당 “신뢰 회복” ▼
새누리당의 선거 전략은 ‘이탈한 지지층 회복’에 맞춰져 있다. 세월호 침몰 참사 수습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총체적 난맥상에 지지층이 실망해 등을 돌린 만큼 무조건 반성하고 자성하는 모습을 보여 이들에게서 다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일단 새누리당은 ‘조용한 선거’를 치르기로 했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 불신이 큰 만큼 대대적 선거운동 대신 참사 수습과 재발 방지 등에 역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당 비대위원장을 맡은 이완구 원내대표는 15일 첫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선거라는 말씀을 입에 올리기가 대단히 죄스러운 생각이 든다”며 “선대위가 아니라 세월호 대책회의가 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전날 선거홍보 영상물과 관련해 각 시도당에 “조용한 선거 방침에 따라 요란한 홍보영상 제작을 하지 말고, 빛과 모래를 이용한 손그림인 ‘샌드아트’를 활용한 감성마케팅을 추천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새누리당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정부 여당에 대해 무능을 지적할 것으로 보고 ‘안정론’ 대 ‘혼돈론’으로 선거 프레임을 끌고 간다는 복안도 세웠다. 핵심 당직자는 이날 통화에서 “앞으로 정국이 안정돼야 박 대통령이 이번 참사를 제대로 수습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최근 당 지지율이 하락했지만 기본적으로 전통적 지지층이 아직 여당을 지탱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지지기반도 두꺼워 세월호 참사 이전 수준으로 지지율을 만회하면 승산이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위기극복 리더십을 전면에 내세울 계획이다. 핵심 당직자는 “위기를 극복하려는 박 대통령의 진정성을 유권자들에게 전달해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호소할 예정”이라며 “부패와 태만으로 얼룩진 폐허를 원칙과 헌신으로 재건할 테니 대통령을 살려달라고 하는 수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신임 사무총장으로 재선의 윤상현 의원(인천 남을)을 내정했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16일 지방선거 후보자 등록이 끝나는 대로 사무총장직을 사임한다”고 전했다.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낸 윤 의원은 당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으로 통한다.
▼ 새정치연합 “힐링-공감” ▼
“분노한 40, 50대 엄마들의 마음을 잡아라.”
새정치민주연합은 6·4지방선거의 승부처를 ‘앵그리 맘(angry mom·분노한 엄마)’으로 보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고교생이나 그 또래 자녀를 둔 엄마들이 박근혜 정부가 보여준 무능과 무책임에 크게 실망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각종 언론사 여론조사와 자체 조사에서도 40대 여성이 여당 지지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앙당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인 민병두 의원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앵그리 하이틴(angry high teen·분노한 10대)을 둔 앵그리 맘의 생각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앵그리 하이틴은 (어른들의 지시대로 선실에 가만히 있다가 숨진 희생자들을 상기시키는) ‘가만히 있어라’란 팻말을 들고 나왔다. 기성세대에 대한 무서운 경고 메시지”라며 “이런 절규가 앵그리 맘의 ‘6월 4일, 가만히 있지 않겠다’로 이어진다면…”이라고 했다. 앵그리 하이틴의 분노가 20, 30대로 전달되고 앵그리 맘이 그 부모세대까지 설득해 ‘자녀와 손주의 안전’과 ‘변화’를 연결하겠다는 전략이다.
민 의원은 앵그리 맘의 마음을 움직이는 3개 키워드로 ‘필링(feeling·공감능력)’ ‘힐링(healing·치유)’ ‘리플라잉(replying·응답)’을 제시했다. 국민의 아픔과 고통을 공감할 수 있는 필링, 상처를 치유하는 힐링, 대책을 마련하는 리플라잉으로 선거운동을 대신하겠다는 것이다. 민 의원은 “유세보다는 시민들의 아픔을 듣고 응답하는, 경청에 주안점을 두겠다”고 설명했다.
이는 새정치연합의 가장 큰 틀의 전략인 ‘세월호 심판론’의 하나다. 당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박근혜 정권의 무능력과 무기력을 직설적으로 비판하지 않으면서도 유권자에게는 충분한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재천 전략홍보본부장도 “새누리당의 선거 기조는 ‘박 대통령을 지키겠다’이지만 이는 대통령의 정치적 탈출만을 꾀하는 것으로 비친다. 우리는 ‘국민의 생명 안전 건강 민생을 지키겠다’는 기조를 앞세우겠다”고 밝혔다. ‘정권 심판론’이나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 공격은 자칫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 여당에 대한 지지를 유보하고 있는 중도보수층을 결집시킬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세월호 심판론’에 국한해 역풍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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