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시 상록구에 있는 ‘하늘공원’(안산시립 납골당)에 온 엄마 아빠는 준비해 온 아들의 점심상을 앞에 놓고 대화를 나눴다. 아들 이모 군(17)은 세월호 침몰 사고로 희생됐다. 엄마 아빠는 생전에 아들이 좋아했던 치킨과 오렌지 등을 잔뜩 가져와 납골함 앞에 한상을 차렸다. 한참을 머물던 엄마는 이 군과 나란히 안치된 단원고 학생들의 사진을 바라봤다. “모두 다 예쁘고 잘생겼네.” 그러고는 하염없이 아이들의 명패를 쓰다듬었다.
지난달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은 발인을 마친 뒤 하나둘 하늘공원에 모였다. 이제는 단원고 학생 희생자를 위한 별도의 공간이 마련됐다. 현재까지 100명의 학생이 나란히 안치됐다. 유족들은 먼 길을 떠난 자녀를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곳에 두고 싶어서, 또 외롭지 말라고 친구들과 함께 있도록 이곳을 택했다.
하늘공원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음식 냄새가 가시질 않았다. 아침 점심 저녁 끼니때마다 치킨, 햄버거, 피자 등을 챙겨 오는 부모의 발길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이들에게는 납골당을 찾는 게 하루 일과가 되어 버렸다. 14일 오후에는 격리치료를 받고 있는 세월호 생존 여학생 3명이 친구 고모 양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하늘공원을 찾았다. “○○아, 생일 축하해. 보고 싶다. 시간 내서 또 올게.”
매일 이곳을 찾는 유족에게 하늘공원은 이제 일상의 한 부분이 됐다. 세월호 희생자 조모 군의 어머니는 “여기 올 때마다 화가 치밀어 오른다. 왜 이 많은 아이들이 여기에 모여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가슴을 쳤다.
한편 이날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에서는 ‘슬픈 스승의 날’ 행사가 열렸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의 학부모 100여 명과 생존 학생 학부모 20여 명은 이날 분향소를 찾아 희생된 단원고 교사 7명의 영정에 카네이션을 바친 뒤 교사 부모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줬다. 유족들은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렸다.
희생자 가족 측은 교사 유가족을 위해 준비한 편지를 낭독했다. “차갑고 어두운 바닷속에서 엄마 아빠가 지켜주지 못한 자리를 끝까지 지켜주고 안아 준 은혜를 잊지 못할 겁니다. 끝내 피어보지 못한 아이들과 함께하신 선생님, 부디 영면하세요. 그곳에서도 저희 아이들의 손을 꼭 잡아주시고 꿈에서라도 환하게 웃는 모습을 뵙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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