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해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가 지난달 말 갑작스럽게 북한군 총정치국장직에서 해임된 것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게 군의 실태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가 진노를 샀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북한 권력층 동향에 밝은 대북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최룡해는 지난달 말 김정은이 포병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싸움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질책하자 “이대로 10년만 가면 군이 전쟁을 할 수 없게 된다”고 직언했다. 최룡해는 이 자리에서 북한군의 전투장비가 노후화됐고 연료가 없어 훈련을 하지 못한다면서 식량이 부족해 탈영병이 속출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어 최룡해는 “군인들 사이에 전쟁을 해도 승산이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이에 김정은은 “그것을 해결하라고 당신을 총정치국장 시킨 것 아니냐”며 화를 내면서 “당장 그만두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8일 김정은이 이틀 전 제681군부대 산하 포병 구분대를 방문해 “싸움 준비가 잘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이곳 지휘관들의 마음은 싸움마당을 떠나 있는 것 같다”고 질책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구분대는 170mm 자주포를 운용하는 북한군 핵심 포병부대다.
이 통신은 또 김정은이 “지금 일부 지휘관이 군인들을 다른 사업에 동원시키며 훈련을 뒷자리에 놓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군인생활 개선을 위해 부업도 하고 부강조국 건설에서도 한몫해야 하지만 항상 싸움준비를 첫자리에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포병들의 준비태세를 김정은이 질책하자 현장에서 군인들이 부업(농사)과 건설에 과도하게 동원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변명했음을 암시해주는 대목이다. 이 소식통은 “최룡해는 전에도 김정은에게 군의 열악한 실태를 설명하며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했지만 김정은에게도 대책이 없긴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소식통은 황병서 신인 군 총정치국장과 관련해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세우는 과정에 (김정은의 생모로 그동안 고영희로 알려져 온) 고용희의 절대적 신임을 받아 승진한 인물”이라며 “현재 노동당 조직부 1부부장도 겸직하고 있어 엄청난 권력을 틀어쥐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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