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전남 진도군 진도실내체육관에 누워 있던 단원고 2학년 허다윤 양(17)의 어머니 박모 씨(44)는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33일째인 이날도 박 씨는 딸을 기다렸다. 그의 오른쪽 귀에는 작은 분홍색 귀마개가 꽂혀 있었다. 박 씨는 희귀병인 신경섬유종을 앓고 있다. 이로 인해 오른쪽 귀가 거의 들리지 않지만 시끄러운 소리만 들리면 귀에 통증이 느껴진다. 체육관에 틀어놓은 TV 소리에도 귀가 아파 귀마개를 하고 있는 것.
병 때문에 박 씨는 “내 딸 찾아내라”고 제대로 소리 한 번 질러보지 못했다. 다른 어머니들이 울면서 정부 관계자들에게 항의할 때도 딸 잃은 고통을 속으로만 삼켜야 했다. 체력도 약한 탓에 사고 당일 진도에 내려왔다가 이튿날 병원에 10여 일간 입원했다. 퇴원 후 조금이라도 딸 가까이 있고 싶다며 체육관으로 돌아온 박 씨를 가족들은 차마 말릴 수 없었다.
두 딸 중 막내였던 다윤이는 가정형편을 생각해 한 번도 용돈 달라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이모들이 사춘기 조카를 위해 화장품을 사주려고 해도 “괜찮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런 딸이 고맙고 미안했던 아버지(50)는 딸이 좋아하는 분홍색 목캔디만큼은 퇴근길에 있는 편의점을 다 뒤져서라도 꼭 사오곤 했다.
다윤이 가족은 지난해 여름 부산 이모네 집으로 가족여행을 갔다.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 다윤이가 태어나고 함께 간 첫 여행이었다. 박 씨는 학교에서 가는 여행만큼은 꼭 보내주고 싶었다. 하지만 속 깊은 딸은 수학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결국 부모의 설득과 수학여행 비용을 모아준 세 이모 덕분에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다윤이는 어릴 적 교회 수련회에서 물에 빠진 뒤로 물을 무서워했다. 그런 딸이 아직도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누군가 꺼내주길 기다린다는 생각에 박 씨는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기력이 다 빠진 목소리로 박 씨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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