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눈물 “해경 해체한다”…‘구조실패’ 규정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9일 15시 47분


박근혜 대통령 눈물, 해경 해체, 세월호 대국민담화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해양경찰청을 해체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이번 해경의 초동 구조 활동이 사실상 실패하면서 희생자가 크게 늘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19일 오전 9시께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해 사과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담화 형식으로 국민에게 직접 사과한 것은 취임 449일, 세월호 사고 34일만의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이 다시 태어나는 계기로 반드시 만들겠다"고 전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해경은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 사고 직후 즉각적인 인명 구조 활동을 펼쳤다면 희생을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지만 해경 업무는 사실상 실패했다"고 지적하며 "해경이 출범한 이래 구조 구난 업무는 등한시하고 구조적인 문제가 지속되어 왔다. 몸집은 커졌지만 인력과 예산은 제대로 확보하지 않았고 인명 구조 훈련도 매우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구조적인 문제를 그냥 둬서 대형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에 고심 끝에 해경을 해체하기로 결정했다"고 해경 해체를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해경의 수사와 정보 기능은 경찰청이, 해양 구조와 구난, 해양경비 분야는 신설되는 국가안전처가 맡게 된다.

지난 1953년 내무부 치안국 소속으로 출발한 해경은 지난 1996년 경찰청에서 분리돼 해양수산부의 독립 외청으로 승격, 현재 전체 직원 만 명, 예산 1조 원이 넘는 거대 조직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인명 구조라는 가장 핵심 업무에서 치명적인 빈틈을 보인 해양경찰청은 해체의 수순을 밟게 됐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담화문 말미에 세월호 사고에서 의롭게 희생한 의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감정에 복받친 듯 눈물을 보였다.

"어린동생에게 구명조끼를 입혀 탈출시키고 실종된 고 권혁규 군"을 시작으로 의인 10명을 호명하던 박근혜 대통령은 울먹이다가 눈물을 흘렸다. 이어 박 대통령은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벗어주고 또 다른 친구를 구하기 위해 물속으로 뛰어들어 사망한 고 정차웅군, 세월호의 침몰 사실을 가장 먼저 119에 신고하고도 정작 본인은 돌아오지 못한 고 최덕하군"이라며 단원고 의인 학생들을 언급했다.

또한 "그리고 제자들을 위해 최후의 순간까지 최선을 다한 고 남윤철, 최혜정 선생님. 마지막까지 승객들의 탈출을 돕다 생을 마감한 고 박지영, 김기웅, 정현선 님과 양대홍 사무장님. 민간 잠수사 고 이광욱 님의 모습에서 대한민국의 희망을 봅니다"라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저는 이런 분들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눈물 섞인 목소리로 추모했다.

끝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를 추모하는 의미로 4월16일을 '국민 안전의 날'로 지정할 것을 제안했다.

박근혜 대통령 눈물, 해경 해체, 세월호 대국민담화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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