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대국민 사과/국가개조 방안]4.특별법-특검-형법
국가가 피해보상후 구상권 행사… “죄지은 기업 오너 책임 입증이 관건”
피해자 수만큼 범죄 산정해 엄벌… “최고형 등 사법체계 자체 바꿀 계기”
《 “앞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큰 피해를 주면서 탐욕적으로 사익을 추구하는 기업은 문을 닫게 만들겠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대국민 담화에서 강력한 경고를 보낸 또 다른 집단은 ‘탐욕스러운 기업’이었다. 다수 국민에게 큰 피해를 끼친 기업이나 범죄자에 대해선 엄중한 형벌을 부과해 사회에서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특별법 제정과 형법 개정 등을 통해 이를 제도화하는 것을 정부조직 개편보다 더 중요한 국가 개조의 과제로 보고 있다.
○ “선(先) 배상, 후(後) 환수”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국가가 우선 피해자에게 보상을 해준 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에 해당 금액을 구상해 받아내는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했다. 유 전 회장 일가 재산이 대부분 차명으로 돼 있어 추적과 환수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사고 책임 소재를 법적으로 규명할 때까지 손해배상을 미루면 피해자의 고통이 더 커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기업주가 불법을 자행하며 거둔 이익은 차명으로 숨겨둔 재산까지 추적해 모두 환수하겠다”고 말했다. 환수가 제대로 안되면 박 대통령이 말한 대로 ‘죄 지은 사람이나 기업의 잘못을 국민의 혈세로 막아야 하는 기막힌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별법에는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처럼 은닉재산을 추적하고 환수하기 쉽도록 국가의 입증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 “외국처럼 수백 년형 받도록 할 것”
박 대통령은 “수백 명을 버리고 도망친 선장과 승무원의 무책임한 행동은 사실상 살인행위”라며 “선진국 중에서는 대규모 인명 피해를 야기하는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는 수백 년의 형을 선고하는 국가들이 있다”며 형법 개정을 예고했다. 우리나라 형법은 한 사람이 유기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여럿에게 저지르면 최대 형량의 절반을 가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대 징역 8년형에 처해지는 범죄를 한 번에 10명을 상대로 저지르면 최대 12년형(8년+4년)까지만 선고받는 반면 일부 선진국은 범죄를 한 사람당 1건으로 산정해 80년형을 내릴 수도 있다.
우리나라 형법은 여러 죄를 중복해 저질러도 유기징역 최고형을 최대 50년으로 규정하고 있어 일부 선진국처럼 수백∼수천 년의 형을 선고할 수 없다. 세월호 참사와 유사한 이탈리아 콩코르디아호 침몰사고의 경우 검찰이 선장 프란체스코 셰티노 씨에게 징역 2697년을 구형했는데 배를 좌초시킨 죄(10년)와 과실치사(15년)에 대한 처벌은 총 25년에 불과했다. 나머지 2672년은 배에 남겨둔 승객 300명, 사망자와 실종자 34명에 대해 직무유기로 한 사람당 8년형을 구형한 것이다. 박 대통령 말대로 우리나라 재판부가 수백∼수천 년을 선고하려면 사법의 근간인 형법을 고쳐야 해 청와대에서는 “사법체계 자체가 바뀌는 계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 특검 도입해 철저한 진상규명
박 대통령은 청해진해운의 성장 과정에서 각종 특혜와 민관 유착이 있었다고 보고 이를 규명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특검을 통해서라도 모든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겠다고 공언했다. 또 여야와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등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 것도 제안했다. 사실상 야당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이 문제를 국회가 논의해 결정해 달라는 취지다.
특검 수사가 이뤄질 때는 세월호 침몰 원인이나 유병언 전 회장 일가 비리보다는 해경을 비롯한 정부의 부실한 초기 대응 쪽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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