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대신 중소기업에 들어가도 괜찮을까?’ 최근 이런 고민을 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하는 대신 도전정신을 발휘하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외부 시선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남들보다 한발 앞서 새로운 길을 선택한 이들로부터 창업이나 중소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필요한 조언을 들어봤다. 》 ○ “회사 다니며 쌓은 경험, 창업에 큰 도움”
김동호 아이디인큐 대표(27)는 모바일 리서치 서비스 ‘오픈서베이’로 주목받고 있다. 오픈서베이는 설문조사에 유선전화나 질문지를 주로 활용하는 일반 리서치 서비스와 달리 스마트폰으로 조사한다.
김 대표가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린 건 2010년 2월. PC용 영상 플레이어 ‘곰플레이어’를 서비스하는 정보기술(IT) 업체 그래텍에 다니면서 리서치 회사에 시장조사를 의뢰하면서부터다. 당시 리서치회사는 수천만 원의 비용을 요구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매우 큰돈이었다. 김 대표는 “결과를 받는 데에도 한 달 이상 걸린다는 답변을 듣고 스마트폰으로 설문하고 답변을 받는 서비스를 만들어 보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아이디인큐는 2011년 2월 법인을 설립한 지 3년여 만에 국내 모바일 리서치 시장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시장점유율은 약 80%에 이른다. 현대카드, 한국3M 등 주요 대기업이 주 고객이다.
김 대표는 “리서치 회사 고객으로서 불편했던 점을 떠올리며 이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조언했다. 또 그는 “창업할 땐 돈을 많이 벌겠다는 욕심보다는 자신의 아이템이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진지하게 분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희찬 제이디사운드 대표(38)는 8년간 직장을 다니다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이 회사에서 만드는 제품은 음악을 편집하거나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휴대용 기기다. 지난해부터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인하대 토목공학과를 나온 김 대표는 오디오와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독일계 종합상사와 일본 반도체 디자인업체(팹리스)에 몸담으면서 오디오 기술에 관심을 갖게 됐다.
김 대표는 “부품을 싸게 납품받거나 새로운 거래처를 소개받는 등 회사를 다니면서 쌓은 경험이나 인맥은 창업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세상 돌아가는 분위기도 파악하고 창업 실패 확률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직장 생활을 꼭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전했다.
○ 청년委, 또래 청년 멘토 발굴-지원
대학 재학 당시 봉사활동 경험을 창업으로 발전시킨 이들도 있다. 윤홍조 블루밍패션 대표(28)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돕는 한 단체의 수익사업에 참여했다가 사업으로 연결시켰다. 윤 대표는 “에코백, 팔찌 등을 만들어 그 수익금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을 지원하는 일을 했다”며 “흥미와 책임의식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경험”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마리몬드’라는 브랜드를 통해 위안부 할머니에서 전체 여성들에게 필요한 아이템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윤 대표는 “매출 규모는 크지 않지만 꼼꼼하게 운영해 적자를 내지 않고 있다”며 “자신의 문제의식을 사업에 접목하길 원하는 이들에게 사회적 기업 운영은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게임개발업체 KOG에 다니는 박지현 대리(30·여)는 “대기업 대신 성장 잠재력을 지닌 중소기업을 선택하는 것도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KOG는 대구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게임업체다. 부산에서 대학을 나온 박 씨는 2011년 1월 이곳에 입사했다. 그는 “다른 회사들은 권위적이거나 딱딱한 분위기인 반면 이곳은 재미있게 일을 하는 회사라는 느낌을 받아 지원했다”며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아 이직하는 친구들을 볼 때면 내 선택이 옳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는 장래를 고민하는 청년들을 위한 멘토를 발굴해 또래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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