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우크라사태에 참견 말라” 시진핑-푸틴, 美개입 반대 장단 척척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1일 03시 00분


정상회담서 中-러 관계 격상 합의… 日 군사대국화 움직임도 강력 경고

‘신(新)밀월기’를 구가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20일 양국관계를 한층 더 격상시키기로 합의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 개최지인 상하이(上海)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두 나라의 관계 증진 방안과 지역 정세 등을 논의했다.

두 정상은 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다른 나라의 내정 간섭에 반대한다”며 일방적 제재와 타국의 헌법질서 변경 활동을 지원하는 일을 중단할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고 러시아 언론들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미국 등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를 간접 비난한 것으로 중국으로선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군사대국의 길로 나아가는 일본을 겨냥해 “내년은 반파시즘 전쟁 및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이라며 “나와 푸틴 대통령은 파시즘과 군국주의의 야만적 침략이 빚는 비극이 재연되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중-러 간 교류 확대 등을 높게 평가하며 “러시아는 쌍방 간 천연가스와 원자력, 전력, 고속철, 항공산업, 금융 등의 영역에서 적극 협력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양국의 군사 협력은 매우 중요하며 계속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이날 오후 양국 간 해상 군사훈련인 ‘해상연합-2014’ 개막식에 나란히 참석한 자리에서도 국방 부문의 협력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번 훈련은) 중-러가 새로운 위협과 새로운 도전에 함께 대응해 지역의 안전을 지키겠다는 결심과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새로운 (지역) 국면에서 양국 군이 손을 잡고 각종 위협과 도전에 대응하자”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회담 후 ‘전면적 전략협력동반자 관계의 새로운 단계의 공동성명’ 및 부문별 협력 방안에 서명했다.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양측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함께 한반도 문제를 논의했다고 전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소개하지 않았다.

한편 양측은 그동안 관심을 모았던 4000억 달러(약 410조 원) 규모의 중-러 간 천연가스 공급과 관련해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여전히 최종 결론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연간 380억 m³의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방안을 추진해왔지만 가격을 놓고 이견을 보여 왔다. 푸틴 대통령은 “양국이 천연가스 가격 담판에서 중요한 진전을 이룬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상호 이익과 호혜의 원칙 아래에서 되도록 빨리 최종 협의에 이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시진핑#푸틴#중러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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