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원 진입 검찰, 兪 父子 못찾아… 초기 안이한 대응 검거 기회 놓쳐
미리 빼돌린 구원파에 농락당한 듯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이 은신한 곳으로 추정됐던 경기 안성시 금수원의 빗장이 9일 만에 풀렸다. 하지만 유 전 회장은 보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검찰이 수사 초기부터 유 전 회장의 자진 출석을 자신하면서 신병 확보 문제에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2일 이후 밤낮으로 금수원 출입문을 막아섰던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측은 21일 “검찰의 구인장과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하겠다”고 태도를 바꿔 농성을 풀었다. 구원파가 그동안 오대양 집단자살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점을 검찰이 공식 확인해 달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 검찰이 직간접으로 화답을 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구원파 측의 협조 의사가 전달된 직후인 이날 정오부터 금수원에 진입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한 유 전 회장에 대한 법원 구인장과 검찰의 소환에 불응하고 전국에 A급 지명수배가 내려진 장남 대균 씨에 대한 체포영장, 금수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동시에 집행했다. 검찰 수사관 등 70여 명은 이날 오후 8시경까지 금수원 곳곳을 수색했지만 유 전 회장과 장남 대균 씨를 찾는 데 실패했다. 검찰 관계자는 “전날 밝힌 대로 유 전 회장이 최근 금수원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보이지만 얼마 전까지 머문 만큼 추적의 단서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 전 회장 일가와 검찰의 숨바꼭질이 열흘 가까이 이어지자 검찰의 안이한 초기 대응을 두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검찰이 애초부터 “유 전 회장 일가에게 소환 통보를 하면 응하지 않겠느냐”는 잘못된 판단을 내린 탓에 도리어 이들에게 도주할 시간만 줬다는 것이다.
검찰은 금수원 정문 앞까지 가서 협조를 구하다가 거절당하기도 했고 금수원 진입을 미루면서도 출입로를 제대로 차단하지 않는 등 느슨하게 대응해왔다. 반면 구원파 측은 미리 유 전 회장을 도피시켜 놓고 마치 검찰의 법 집행을 방해하지 않는 것처럼 농성을 푸는 전략으로 검찰을 농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검찰은 “검거 못지않게 금수원을 가로막은 신도들과의 물리적 충돌 등 불상사를 피하는 것도 중요했다”며 “제보와 여러 채널의 정보를 받고 있으며 반드시 검거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유 전 회장의 은신처나 도피 경로 등 검거에 결정적인 제보를 한 시민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현재 경찰의 ‘범인검거공로자 보상금 지급기준’에 따르면 범죄 유형에 따라 최고 5억 원까지 보상금이 지급된다. 경찰은 또 유 전 회장 검거에 공을 세운 경찰관을 1계급 특진시키기로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