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가기 전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던 제 아들을 이제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고 저는 아들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동혁이가 원할 것 같아 이렇게 외치고 싶습니다. 진상규명 철저하게 해주십시오.’
24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촛불집회. 경찰 추산 7000여 명(주최 측 추산 3만 명)이 모인 이곳에서 세월호 희생자인 단원고 2학년생 김동혁 군의 아버지 김영래 씨(44)는 긴장한 듯 여러 번 고쳐 쓴 글을 들고 발언대로 갔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입니다. 시민들께 감사하는 마음, 그리고 진상규명 꼭 해달라는 내용 올라가서 얘기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주최 측은 “세월호 사고 가족대책위원회 측과 사전 협의된 내용이냐”고 물었고 김 씨가 아니라고 하자 발언 기회를 주지 않았다.
김 씨는 “(세월호 관련 집회에서) 정작 유가족 이야기를 넣어줄 수 없다고 하니 서운하다”며 집회가 끝나기 전 안산시로 돌아갔다. 예정됐던 유경근 세월호 사고 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과 장동원 단원고 생존자 부모 대표의 발언은 그대로 진행됐다. 유 대변인은 아직 구조되지 않은 실종자 16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잊지 말고 진실을 규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오후 8시경 청계광장에서 보신각, 명동성당을 지나 서울광장으로 돌아오는 행진을 하던 중에는 보신각 쪽에서 집회 참가자들끼리 다툼이 생기기도 했다. 오후 9시경엔 민노총 조합원 300여 명이 서울 YMCA 앞 건물 인근에서 방향을 바꿔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을 시도하는 등 도로를 점거하고 연좌 농성을 벌이며 경찰과 대치했다. 경찰은 다섯 차례 해산 방송을 내보낸 뒤 유기수 민노총 사무총장과 송경동 시인 등 30명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일반교통방해(도로 불법 점거) 등의 혐의로 연행했다. 이 가운데 고교생 1명을 제외한 29명을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임현석 기자 i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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