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의 탄생으로 국내 정보기술(IT) 시장의 최강자 자리를 놓고 네이버 이해진 의장과 카카오 김범수 의장 사이의 ‘정면 승부’가 시작됐다.
두 사람의 경쟁은 30년 가깝게 이어진 깊은 인연 덕분에 더욱 관심을 모은다. 두 사람은 서울대 동기(86학번)이자 1992년 나란히 삼성SDS에 들어간 입사 동기. 비슷한 시기에 회사를 나와 이 의장은 네이버의 전신인 네이버컴(1999년)을, 김 의장은 한게임(1998년)을 창업했다.
두 사람이 한배를 타기 시작한 때는 2000년. 두 회사가 NHN이란 이름으로 합병을 하면서부터다. 김 의장은 당시 시장을 주도하던 다음은커녕 야후, 엠파스보다도 뒤처진다고 평가받던 이 의장의 네이버와 한게임의 합병을 결정한다. 업계에서는 둘의 깊은 인연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한게임이 고스톱·포커로 벌어들인 돈으로 네이버의 운영자금을 댔고 이를 바탕으로 네이버는 이후 국내 1위 포털사이트로 성장한다.
이들의 동거는 2007년 김 의장이 NHN을 나오면서 갈라진다. 김 의장은 2011년 한 기자간담회에서 “어마어마한 열정을 가지고 일했던 회사에 크게 기여할 수 없다는 답답함 때문에 NHN을 떠날 결심을 했다. ‘항구에 머무를 때 배는 언제나 안전하다. 그러나 그것은 배의 존재 이유가 아니다’라는 문구가 NHN을 떠날 때 내 느낌을 가장 적합하게 표현한 문구”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최근 4년간 모바일 시장에서 치열하게 맞붙고 있다. 김 의장은 2010년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탄생시켰다. 카카오톡은 이후 카카오게임하기 등 다양한 서비스가 접목되면서 국내 모바일 시장의 주도적 서비스로 급부상한다. 이 의장이 이끄는 네이버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내놓으며 대응했으나 카카오에 밀려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양상이 바뀌고 있다. 해외 시장에 진출한 라인이 일본과 동남아에서 대박을 터뜨리면서 연일 승전보를 전하고 있다. 이런 기세를 몰아 네이버는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한국 모바일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네이버 자회사인 캠프모바일은 커뮤니티 서비스 ‘밴드’에서 게임서비스를 출범하며 카카오게임하기의 아성에도 도전하고 있다.
이번 다음과의 합병은 김 의장의 승부수로 꼽힌다. 카카오는 다음을 통해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돼온 ‘콘텐츠 부족’을 보완할 수 있게 됐다. 네이버의 콘텐츠를 무기로 카카오를 공략했던 이 의장에 대한 회심의 반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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