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전남 순천 일대를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신하고 은신처 추적에 총력에 기울이고 있다.
유 전 회장 전담 검거팀을 이끌고 있는 주영환 인천지검 외사부장은 순천지청에 내려가 검거를 지휘하고 있고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검거팀 등도 26일 순천 지역에서 유 전 회장이 은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을 샅샅이 훑었다.
검경 수사팀은 이날 전남 순천시 서면 송치재 휴게소 인근 폐식당을 25일에 이어 재차 수색했다. 이곳은 25일 오후 9시 유 전 회장과 함께 도피했던 30대 여성 신모 씨를 체포한 곳이다. 신 씨는 유 전 회장의 사진 관련 업무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유 전 회장이 이곳에서 나흘간 머물렀다가 24일이나 25일 오전에 떠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폐식당은 유 전 회장에게 차명 휴대전화를 건넨 혐의로 체포된 변모 씨 부부의 S염소탕 식당에서 300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폐식당은 깊은 계곡 밑에 감춰져 외부에 잘 보이지 않았다. 약 330m² 크기로 통나무로 지어진 1층짜리 건물로 안쪽에는 방이 3개가 있었다. 이 중 가장 안쪽에 있는 방에는 성경책과 노인용 옷이 들어 있는 여행용 트렁크, 울릉도 심층수 물병 등이 어지러이 널려 있어 사람들이 머물다가 황급히 떠난 것처럼 보였다.
주민 이모 씨(46)는 “체포된 30대 여성이 자신의 신분을 재미교포라고 검찰 수사관에게 밝혔다는 말을 들었다”며 “며칠 전 폐식당 입구에 1t 트럭을 주차시켜 놓고 차량 통행을 막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 지역은 구원파와 연고가 깊은 곳이다. 구원파 신도인 변 씨 부부의 음식점에서 1km가량 떨어진 야산 정상 뒷자락에는 구원파 순천교회의 연수원이 들어서 있다. 이 연수원도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외부에서는 잘 눈에 띄지 않았다. 변 씨 부부는 연수원과 폐식당을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연수원 입구 주변에는 밤에도 촬영이 가능한 적외선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었다. 또 앞마당에는 경기 안성 금수원처럼 폐전동차 두 대가 놓여 있었다. 연수원 건물은 2층 규모였고 옆에는 관리숙소가 붙어 있었다. 연수원은 진입로 외에 산길이 곳곳에 있어 탈출이 용이해 보였다. 인근 주민 박모 씨는 “10년 전 연수원이 들어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 확장을 위해 각종 건축자재를 싣고 오는 등 알 수 없는 움직임이 활발했다”고 말했다.
검경은 유 전 회장이 이 일대에서 멀리 벗어나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이 순천 일대를 중심으로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있어 섣불리 이동하다 검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검경은 이 일대에서 구원파와 관련 있는 장소를 중심으로 수색을 강화하는 한편 신 씨 등을 상대로 유 전 회장의 행방을 추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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