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친다고 고통에서 피할 수 있다면 소생 역시 진작 도망쳤을 것입니다. 이 고통을 끝장낼 수 있는 길은 고통 한가운데로 들어가 싸우는 것뿐입니다.”(KBS 연속극 ‘정도전’ 중)
1주일 전만 해도 넥센은 정도전이었다. 통합 4연패에 도전하는 절대 권력 삼성에 맞서 ‘대업(大業)’을 노리는 존재가 바로 넥센이었다. 9일 20승 고지에 선착할 때만 해도 넥센의 대업이 꿈만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부진하던 외국인 투수 나이트(39)를 곧바로 교체한 것 역시 대업을 꿈꾸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넥센은 최근 11경기에서 3승 8패에 그쳤다. 특히 지난주에는 삼성에 싹쓸이 3연패를 당하는 등 5연패로 부진했다. 패전 없이 3승 5홀드를 기록하던 조상우(20)가 왼쪽 무릎 부상으로 빠진 게 타격이 컸다. 넥센은 선발 투수가 약한 팀(평균자책점 5.37)이지만 든든한 허리 구실을 하던 조상우가 있어 선발이 약한 티가 덜 났다. 그러나 조상우가 빠지자 구원 투수진에 부하가 걸리면서 마운드 전체가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팀의 자랑이던 타격도 문제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계속 (조)상우 얘기만 해봤자 핑계밖에 안 된다”며 “우리 팀은 원래 쳐서 이기는 팀이다. 지금은 타선이 더 문제”라고 말했다. 넥센은 득점권 타율이 0.230으로 9개 구단 중 최하위다. 그 탓에 팀 홈런(55개)이 제일 많은데도 타점이 6위(221점)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고무적인 건 나이트의 대체 외국인 투수 소사(29)가 첫 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고, 4번 타자 박병호도 홈런 페이스가 크게 무뎌진 건 아니라는 점이다. 또 27일부터 6위 SK, 9위 LG와 연달아 만나는 안방 6연전 일정도 넥센에 유리하다. 아직 대업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연패 고통이 한창인 이때 승부를 걸어야 하는 이유다.
김정준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넥센이 지난해에도 부침을 겪었지만 올해는 팀과 염 감독에 대한 기대치가 다르다. 강팀으로 가려면 돌발 변수를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넥센이 중요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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