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화재에서 많은 사망자를 냈던 유독가스는 한두 모금만 들이마셔도 혈액 내 산소 이동을 방해해 의식을 잃을 수 있다.
유독가스엔 일산화탄소나 염화수소(HCI) 등 유해한 성분이 많다. 특히 일산화탄소의 경우 혈액 내 산소가 근육이나 뇌로 운반되는 것을 방해해 저산소증을 유발한다. 전경만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일산화탄소를 들이마시면 적혈구 안에 있는 헤모글로빈에 산소 대신 일산화탄소가 결합하게 된다”며 “신체 각 조직으로 산소 공급이 되지 않아 생명이 위험해진다”고 말했다.
특히 뇌에 산소가 미치지 않으면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다. 심한 경우 의식을 잃거나 평상시 판단력의 10∼20%밖에 발휘할 수 없어 화재 현장에서 대피하기 힘들어진다. 전 교수는 “초기 증상은 저산소증과 유사하다”며 “두통, 의식장애, 어지럼증을 동반하며 심한 경우 중추신경 기능까지 떨어진다”고 말했다.
유독가스에 노출됐을 땐 연기가 호흡기로 들어가는 것을 최대한 막는 일이 중요하다. 주변에 화장지나 수건 등이 있으면 물에 가볍게 적셔 코나 입가에 대고 있어야 한다. 오기만 노원소방서 대원은 “일단은 화재 현장에서 대피하는 게 우선”이라며 “유독가스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식을 잃은 환자를 발견하면 심폐소생술을 통해 산소 공급을 유도해야 한다. 오 대원은 “뺨을 때리거나 흔드는 등 무리하게 자극하면 좋지 않다”며 “구강 대 구강으로 인공호흡을 계속해 산소를 공급해야 한다”고 전했다.
깨어나서 반응을 보였을 때는 몸 안의 가스를 배출하기 용이하도록 몸을 옆으로 눕히는 게 좋다.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도 똑바로 눕히는 건 좋지 않다. 전 교수는 “의식장애가 있으면 위의 내용물이 역류할 수 있다”며 “기도를 막을 수도 있으므로 옆으로 눕혀야 한다”고 말했다.
화재가 발생하면 유독가스로 인한 질식 외에 기도 등에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전 교수는 “고온에서 공기를 들이마시면 기도가 손상돼 염증이 생기거나 세균 감염률이 높아진다”며 “심한 경우 기도가 기형이 돼 점점 좁아지거나 성대가 망가져 목소리가 안 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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