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가스 어떻게 대처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8일 03시 00분


[고양터미널 화재 이후]
물수건으로 코-입 막고 기어서 빠져나가야

27일 서울 강북소방서가 강북구 삼각산 119안전센터에서 실시한 소방안전교육에 참가한 미양초등학교 병설 유치원 어린이들이 화재 상황에 대비한 대피 체험을 하고 있다. 강북소방서 제공
27일 서울 강북소방서가 강북구 삼각산 119안전센터에서 실시한 소방안전교육에 참가한 미양초등학교 병설 유치원 어린이들이 화재 상황에 대비한 대피 체험을 하고 있다. 강북소방서 제공
이번 화재에서 많은 사망자를 냈던 유독가스는 한두 모금만 들이마셔도 혈액 내 산소 이동을 방해해 의식을 잃을 수 있다.

유독가스엔 일산화탄소나 염화수소(HCI) 등 유해한 성분이 많다. 특히 일산화탄소의 경우 혈액 내 산소가 근육이나 뇌로 운반되는 것을 방해해 저산소증을 유발한다. 전경만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일산화탄소를 들이마시면 적혈구 안에 있는 헤모글로빈에 산소 대신 일산화탄소가 결합하게 된다”며 “신체 각 조직으로 산소 공급이 되지 않아 생명이 위험해진다”고 말했다.

특히 뇌에 산소가 미치지 않으면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다. 심한 경우 의식을 잃거나 평상시 판단력의 10∼20%밖에 발휘할 수 없어 화재 현장에서 대피하기 힘들어진다. 전 교수는 “초기 증상은 저산소증과 유사하다”며 “두통, 의식장애, 어지럼증을 동반하며 심한 경우 중추신경 기능까지 떨어진다”고 말했다.

유독가스에 노출됐을 땐 연기가 호흡기로 들어가는 것을 최대한 막는 일이 중요하다. 주변에 화장지나 수건 등이 있으면 물에 가볍게 적셔 코나 입가에 대고 있어야 한다. 오기만 노원소방서 대원은 “일단은 화재 현장에서 대피하는 게 우선”이라며 “유독가스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식을 잃은 환자를 발견하면 심폐소생술을 통해 산소 공급을 유도해야 한다. 오 대원은 “뺨을 때리거나 흔드는 등 무리하게 자극하면 좋지 않다”며 “구강 대 구강으로 인공호흡을 계속해 산소를 공급해야 한다”고 전했다.

깨어나서 반응을 보였을 때는 몸 안의 가스를 배출하기 용이하도록 몸을 옆으로 눕히는 게 좋다.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도 똑바로 눕히는 건 좋지 않다. 전 교수는 “의식장애가 있으면 위의 내용물이 역류할 수 있다”며 “기도를 막을 수도 있으므로 옆으로 눕혀야 한다”고 말했다.

화재가 발생하면 유독가스로 인한 질식 외에 기도 등에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전 교수는 “고온에서 공기를 들이마시면 기도가 손상돼 염증이 생기거나 세균 감염률이 높아진다”며 “심한 경우 기도가 기형이 돼 점점 좁아지거나 성대가 망가져 목소리가 안 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고양터미널 화재#유독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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