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가족이 우릴 믿어… 누가 뭐라든 오늘도 물속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8일 03시 00분


靑대변인 사기꺾는 발언이후에도 잠수사들 “마지막 1명까지 구조”

26일 오후 전남 진도군 서망항. 민간 잠수사 10여 명이 해양경찰 소속 P-67 경비정에 몸을 실었다. 세월호 침몰 해역의 바지선 ‘언딘 리베로호’에서 작업을 하다 전날 기상 악화로 1박 2일간 피항한 이들은 남은 실종자 16명을 찾기 위해 다시 배에 올랐다. 잠수사들이 시신 1구당 500만 원을 받는다는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의 24일 발언이 논란을 일으킨 뒤였지만 사고해역으로 돌아가는 잠수사들의 얼굴에서는 어떤 동요도 찾아볼 수 없었다.

민간 잠수사들의 필사적인 수색 작업에도 불구하고 실종자 수는 21일 이후 16명에서 줄어들지 않고 있다. 서망항에서 만난 민간 잠수사 양모 씨(45)는 “며칠째 희생자 수습이 안 되니까 우리도 애가 탄다”며 “잠수사들이 힘든 걸 아니까 가족들이 뭐라도 해주려고 하시는데 요새는 오히려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끼리는 밖에서 나오는 이런저런 얘기에 흔들리지 말자고 얘기한다. 남은 실종자들을 찾는 데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랜 작업으로 피로가 누적된 잠수사들은 정신력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잠수 후유증으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해 수면제를 먹는 잠수사가 태반이다. 이들을 지탱하는 건 실종자 가족들의 격려와 신뢰다. 초기 잠수사들을 불신했던 실종자 가족들은 이제 바지선에 음식을 올려 보내 주며 이들을 격려하고 있다. ‘내 가족을 찾으려면 믿을 건 이들뿐’이라는 마음에서다. 시신을 찾아 돌아간 유가족이 다시 찾아와 감사함을 전하기도 한다. 사고해역에서 작업하는 한 민간 잠수사는 “조카를 찾은 한 남성이 고맙다며 담배 몇 보루를 사들고 서너 번 찾아오기도 했다”며 “밖에서 무슨 말이 들려와도 꿋꿋하게 버틸 수 있는 힘”이라고 말했다.

한의사 물리치료사 등 의료진이 추가로 배치되고 음식배달도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등 바지선 내 환경은 나아지고 있지만 수색 환경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 세월호 내부는 선체 붕괴가 진행돼 부유물과 장애물이 쌓여 있어 잠수사들이 손으로 더듬어 일일이 수색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민간 잠수사 이모 씨(49)는 “선내는 무너지고 결과는 안 나오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이 씨는 “사람들이 그 위험한 데 왜 들어가느냐고 말리지만 남은 잠수사들은 우리가 아니면 누가 남은 실종자들을 찾겠냐는 각오로 뭉쳐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머물고 있는 언딘 리베로호에는 노란 리본 그림과 함께 ‘당신은 우리 아이들의 마지막 희망입니다. ―실종자 가족 일동―’이라는 문구가 쓰인 현수막 3개가 걸려 있다.

진도=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세월호 참사#잠수사#세월호 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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