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5시 40분경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전파출소에 한 60대 여성이 허둥대며 들어왔다. 근무하던 김재근 경위(56)와 김지훈 경사(32)는 덜덜 떨며 “살려 달라”고 외치는 김모 씨(67)를 안심시켰다. 김 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전 재산을 버스에 두고 내렸다”며 설명을 시작했다.
김 씨는 인천에서 짐 세 개를 싸들고 서울 영등포역으로 향하는 88번 버스에 올랐다. 영등포역에서 기차를 타고 고향인 대구에 가기 위해서였다. 이른 새벽에 버스 안에서 깜박 잠이 든 김 씨는 영등포역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에 놀라 허겁지겁 양손에 짐을 들고 내렸다. 영등포역에서 기차표를 사기 위해 매표소 앞에서 지갑을 찾다가 김 씨는 평생 모은 2700만 원이 든 손가방이 없는 걸 깨달았다.
사정을 들은 두 경찰은 재빨리 88번 버스노선을 확인했다. 영등포역을 지나 여의도환승센터를 거친 뒤 다시 영등포역으로 돌아오는 경로. 두 사람은 정류장에 들어오는 88번 버스에 올라 좌석을 살폈고 오전 6시, 그대로 있던 김 씨의 가방을 찾을 수 있었다. 김 씨는 “정말 고맙다”며 사례금을 건넸지만 두 경찰관은 “마음만 받겠다”며 사양하고 김 씨를 기차역까지 배웅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