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동아국제금융포럼]
K-Finance의 길은…
지나치게 높은 내수 의존도… ‘금융=공공재’ 잘못된 인식
“한국의 주변 국가인 중국, 인도,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은 도시화와 관련한 인프라 개발이 활발한 곳으로 금융 수요가 많습니다. 한국 금융은 이런 곳에서 기회를 찾아야 합니다.”
28일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4 동아국제금융포럼’의 ‘전략 토론’은 ‘한국 금융의 대안: K-Finance의 길은?’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토론에 참석한 금융 전문가들은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한국 금융의 발전을 위해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더욱 적극적으로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해외 진출하기 전 치밀한 전략은 필수”
토론 참석자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 내 다른 국가보다 한국의 금융산업 실적이 저조한 가장 큰 이유로 내수시장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꼽았다. 일본과 중국의 은행들이 동남아 등 현지은행을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하면서 순익을 늘리는 데 반해 한국의 금융회사들은 해외 진출에서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가와이 마사히로(河合正弘)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는 “향후 40년간 세계적으로 1000만 명 이상의 인구를 보유한 ‘메가시티’가 140개나 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도시화가 진행되면 인프라 개발을 위한 장기자금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한국의 금융회사들은 이런 곳에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에 앞서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은 “각 금융회사의 비교우위를 고려해 진출 지역을 선정하고 파견인력은 최소 5년에서 10년간 일하게 해 전문성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구훈 골드만삭스증권 전무는 “이미 해외에 나가 있는 국내 금융 인력도 많은 만큼 이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금융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서울을 ‘중국 위안화 역외 허브’로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중국은 해외 주요 도시를 위안화 역외센터로 지정해 위안화의 자유로운 결제·투자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위안화의 국제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미 홍콩 싱가포르 프랑크푸르트 런던이 역외센터로 지정돼 있는 만큼 한국도 이런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 원장은 “한국은 중국에 무역흑자를 내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여서 위안화 역외센터가 되면 관련 금융상품 개발과 운용을 통해 이익을 낼 수 있다”며 “서울은 위안화 역외센터를 조성하기에 유리한 입지와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 “금융산업이 ‘공공재’라는 인식 바꿔야”
참석자들은 국내 금융업 발전을 위해서는 금융회사의 노력 외에 금융업에 대한 규제 완화와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김용아 맥킨지&컴퍼니 시니어 파트너는 금융업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을 조사한 맥킨지의 보고서 내용을 소개했다. 이 조사에서 한국인들은 15개 산업군 중 금융업의 경쟁력을 최하위로 평가하면서도 응답자의 88%는 금융산업에 대해 ‘수익성 개선을 위한 혁신보다 공공성·안정성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김 시니어 파트너는 “금융산업을 공공재로만 인식하는 대중의 인식이 개선돼야 금융업 혁신이 뒤따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건전성, 금융소비자 보호 등 꼭 필요한 분야를 제외하고는 규제를 크게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의 금융업은 금융당국의 구두 지도, 관행적 규제 등 ‘숨은 규제’를 적지 않게 받고 있다”며 “건전성, 소비자 보호, 개인정보 보호 등의 규제는 강화되어야 하겠지만 그 외의 규제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회사들이 저수익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모델을 과감히 혁신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김용아 시니어 파트너는 “한국 금융업이 발전하려면 금융사들이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경제 혁신’, 디지털·모바일 기술을 활용한 ‘비즈니스 혁신’, 커뮤니케이션 강화를 통한 ‘문화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진국 금융회사들은 이미 다양한 혁신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해 크고 작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프랑스 금융사인 BNP파리바는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 고객 유치를 위해 지난해 ‘헬로 뱅크(Hello Bank)’라는 모바일 전용 은행을 선보였다. 계좌번호를 휴대전화 번호나 QR코드로 대체하고 트위터를 이용해 고객 불편사항을 상담하는 등 모든 서비스를 모바일 환경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해 젊은 고객의 호응을 얻고 있다. BNP파리바 측은 이 서비스를 통해 5년 안에 젊은 신규 고객 140만 명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김 시니어 파트너는 소개했다.
또 포르투갈의 최대 은행인 ‘밀레니엄BCP’는 단순하고 투명한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는 ‘액티보 뱅크(Activo Bank)’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 은행은 2010년부터 영업시간을 오후 8시로 연장하고 원격 채널을 통해 영업시간 외에도 은행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또 직원들에게 전문적인 금융용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등 고객과의 소통 수준을 높였다.
댓글 0